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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un 13. 2024

선입견의 반대말은 호기심?

색안경이 그렇게 무섭더라고요

여러분들은 '혜림'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회사에서 행사 관련으로 전체 메일을 받았는데, 발신인은 봉사활동 동호회 회장 '혜림'님이었다. 그 메일을 읽으며 나는 속으로 '이름도 예쁜 분이 마음씨도 곱구나'라고 생각했다. 왠지 야리야리한 몸매에 긴 생머리를 질끈 묶고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아름다운 여성분이 상상이 되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봉사활동 동호회 회장이라고 하니, 미소 짓는 얼굴로 선행을 베푸는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행사 당일, 봉사활동 동호회는 부스를 차리고 같이할 동호회 회원들을 모집했다. 동료들과 함께 부스를 지나가고 있는데 누군가 회장님의 이름을 불렀고, 혜림님은 바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우연히 그분의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발자국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웬걸! 혜림님은 상상 속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키도 크고 건장한 남성분이었던 것이다. 우락부락에 가까운 그분의 모습은, 내 멋대로 상상했던 곱고 여성스러운 이미지와는 정반대여서 꽤나 충격을 먹었더랬다.


이후로도 회사에서 종종 비슷한 경험을 했다. 누리라는 순우리말 이름을 가진 동료는 내가 생각한 캐릭터와는 달리 아주 터프한 성격을 갖고 있었고, 민철이라는 동료는 새색시처럼 수줍어하는 여성분이었다. 이는 비단 이름뿐만이 아니었다. 첫인상을 보고 무섭다 혹은 좋다 생각했는데 막상 일해보니 반대인 경우도 있었고, 소문으로 듣기에는 별로였는데 직접 겪어보니 진국인 분도 있었다.

몇 번의 이름과 외모, 성별 혹은 성격의 부조화를 겪고 나니 일종의 경각심이 생겼다. 절대로 사람을 섣불리 판단하거나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선입견 : 어떤 대상에 대하여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


선입견이란 얼마나 무섭고 또 사람을 우습게 만드는가.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면 세상이 온통 필터를 씌운 상태로 보인다. 내 멋대로 그 사람을 분홍색으로 규명해 놓고 판단하다가, 나중에 안경을 벗고 다시 바라보니 노란색인 경우도 종종 있다.

사람들로 이루어진 회사라는 집단에서 선입견을 갖는다는 것은 때로는 치명적이다. 정말 작은 선입견 하나가 크게는 회사의 일과 관련된 것으로 엮이는 경우, 2차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 선입견 때문에 인사고과를 공평하게 하지 못하기도 하고, 괜히 잘하는 사람에게 딴지를 걸기도 한다. 이유 없이 그 사람이 싫어 피할 때도 있고, 반대로 무한의 지지나 호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새로 온 동료 팀장님의 행동을 보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그분은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하면서 본인의 팀원에 대해 설명하려고 하자, 잠깐 멈추어달라고 했다. 말씀해 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제가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으면 선입견이 생길 수 있어 이렇게 요청드린다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추후 팀원들과 1:1 미팅을 하며 직접 상황을 듣고 나서 판단하고 싶다 하셨다.

보통은 신입 팀장으로 오면 조금이라도 빨리 팀원을 파악하기 위해 전임자가 그 팀원에 대한 업무, 성격, 향후 계획 등을 설명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내가 한 번도 만나지 않은 팀원에 대한 색안경을 씌워 주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이 에피소드를 듣고 내 행동을 돌아보니 부끄러워진다.


섣부른 선입견이 안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가장 먼저 선입견 대신 궁금증, 호기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동료가 인상을 쓰면서 복도를 지나갈 때, 그 사람 참 표정 별로라 마주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왜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궁금해하는 것이다. 전날 과음을 해서 속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방금 상사에게 꾸지람을 들어 힘든 마음이 들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호기심은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판단을 하려는 순간, 잠깐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무엇을 근거로 그 사람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 3초 정도만 고민해도 선입견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선입견 대신 호기심을 가져 보자. 호기심은 나의 세계관을 확장시키고 조금 더 균형잡힌 생각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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