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나라 단골질문
회의 참석자 누구에게나 큰 영향이 갈 수 있고, 그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었다. 위에서 하라니까 억지로 해야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담당자 A는 피해 갈 수도 없어 주간 회의마다 꺼내놓고 논의를 발전시킨 지 벌써 3번째가 되는 시점이었다.
이 상황에서 B 직원이 나섰다. 이걸 이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한참 설명을 했다.
A는 B의 말을 듣고는 일단 의견 주셔서 감사하다 말하고는, 진작 얘기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이 안건에 대해 언제 자기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냐고 반문했다. A는 벌써 이 논의만 3번째라며 마치 처음 들으시는 것처럼 말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듣다 못해 주위에서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서로 언제 내가 그랬냐고 반박하다가 회의 시간이 끝나 버릴 뻔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갈등은 때때로 피해 가기 힘들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는 갈등이란 필연처럼 발생하기 때문이다.
갈등이 생기면 일단 신경이 쓰이고 해결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든다. 오죽하면 갈등 때문에 퇴사한다는 말까지 나올까. 특히나 나처럼 대놓고 갈등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스트레스 지수가 가파르게 치솟는다.
갈등을 피하기는 힘들지만 조금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 같다. 지난주 솔로나라를 보는데도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시나요?'라는 질문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현명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집단생활을 하는 회사에서도 이런 갈등 상황을 계속 만나게 될 것인데, 이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가 터득한 비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반응하지 말고 대응하자
대부분의 싸움은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바로 반응하는 데서 비롯된다. 위에서 소개한 예시도 마찬가지이다. 반응하다 보면 이 문제의 본질에 도달할 수 없다. 머리에서 나와 입으로 가는 생각의 길을 조금 더 길게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당장 반응하지 말자.
대신 적절한 대응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고 그 상황에 맞게 대응을 하면 되는 것이다. 말은 참 쉽다고? 인정한다. 본능적으로 우리는 반응하고 싶어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응을 계속하면 할수록, 갈등의 골과 오해만 깊어질 뿐이다.
최종 목적을 떠올리자
이 갈등의 최종 목적지는 무엇일까? 회사에서는 사실 갈등 상황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경우가, 서로 잘해보려고 하는 경우이다. A도 자신의 위치에서 잘하고 싶어서 그랬고, B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각자의 입장에서 얘기했을 뿐.
반응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까지 잘 마쳤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상대방과의 손절? 상상은 가능하지만 회사에서 매일 마주쳐야 되는 상황이라 어렵다.
결국 상대방을 움직여 나의 의견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이 경우에는 서로 협력하는 자세만이 그 결과를 도출한다. 상대방의 태도가 나를 열받게 할지라도, 최종 목적을 떠올리자. 참을 인자는 기본 세트로 내 내정신속에 새겨놓고 말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갈등 상황에서 가장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역지사지이다. 머릿속에서는 '저 인간 왜 저래?'의 물음표가 둥둥 떠다닌다. 꼴도 보기 싫으니 이해하기도 싫어진다. 뭐, 나도 매번 그렇다.
그러나 내가 대인배다라는 마음으로 이해와 배려 한 스푼 정도만 첨가해 보자. 저 인간 왜 저래가 아니라,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말할까라고 바꿔서 생각해 보자. 이건 내가 손해 보는 장사가 절대 아니다.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에는 그 사람만의 이유가 있다. 다만 내가 그 이유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이해되기도 하고 혹은 몰상식해 보이기도 할 뿐이다. 상대방도 나를 바라볼 때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인배인 내가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는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상대방과의 갈등 해결법이 조금씩 보일 것이다.
회사에서 갈등은 언제나 발생하고 그 갈등의 원인과 형태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다.
그러나 주위를 잘 둘러보자.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결국 위너(winner)가 된 자들의 모습을.
큰소리 하나 내지 않고 갈등 상황을 잘 해결할 뿐 아니라, 아예 갈등 상황까지 가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을 말이다.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이미 내재화, 생활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갈등 때문에 오늘 그만둬야 되나 내일 그만둬야 되나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퇴사하거나 이직해도 이런 갈등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때마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내 경험담이기도 하고.
그러니 내가 대인배라 너를 감싸줄 수 있는 거다라는 마음과 참을 인 자 딱 세 개만 갖고 출근해 보자. 상대방이 어찌 행동하건 나는 이미 상대방보다 더 나은 인간이다. 그를 이해하는 긍휼 한 마음과 더 큰 목적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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