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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May 20. 2024

방탈출 게임의 묘미

처음으로 경험해 본 방탈출 게임 

황금 같은 휴일을 끼고 2박 3일 워크숍을 다녀왔다. 

이번 워크숍은 목적이 아주 뚜렷한 편이었다. 바로, 올해 매출 목표 달성이 힘든 부서의 계획을 듣는 자리.

일명 나머지반들의 워크숍. 

휴일에 워크숍 가는 것도 싫었지만, 더 피하고 싶었던 것은 정해진 답이 없는 발표 시간이었다. 부서장들에게는 매출 달성에 대한 창의적인 방안을 가져오라는 사전 숙제가 있었다. 지금도 힘들어 다들 마른 수건을 짜내고 있는 상황이라 막막했다. 전날 밤까지 모여 자료를 만들고 수정하느냐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갔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히 배분된 유일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시간이었다. 제발 내 발표 차례만 무사히 지나가기를 빌고 또 빌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벌써 마지막 날이었다.

발표 결과와 상관없이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마지막 세션은 팀빌딩 활동이 잡혀 있어 더욱 가벼운 마음이었다.


워크숍 프로그램으로 준비한 팀빌딩 활동은 바로 방탈출 게임이었다. 

그동안 미디어에서만 접한 생소한 게임이었다. 뭔지는 대충 알 것 같은데, 이걸 회의실에서 다 같이 한다니 가능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강사님은 이런 우려들이 익숙하신지 방탈출 게임에 대한 소개와 함께 구체적인 진행 방식을 알려 주셨다. 방탈출 게임에 대한 경험을 해본 사람이 있는지 손을 들라고 했을 때 살펴보니 많지 않았다.

휴, 다행이다. 나만 처음이 아니었구나. 


간단한 연습 게임 이후 60분의 시간제한동안 시작된 본격 방탈출 게임. 5명이 조를 이루어 보드 게임처럼 시작을 했다. 문제 카드를 받고 답안지에 답과 함께 자세한 문제 풀이 과정까지 써 내려가는 형식. 

1번 문제 카드를 펼친 순간부터 고난은 시작되었다. 문제 자체가 무엇을 뜻하는지 감히 짐작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0대 이상의 무경험자로 구성된 우리 조는 문제를 앞에 두고 다들 머리만 긁적이고 있었다.

시간이 계속 흘러 어쩔 수없이 힌트 카드를 써서 한 문제를 풀었지만 다음 문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너무 헤매는 우리를 보고 강사님이 쿡쿡 찔러준 힌트들로 결국 방탈출에는 성공했다. 


방탈출 게임에 빠진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읽었던 적이 있다. 작가님은 거의 중독 수준으로 방탈출을 하셨는데, 비록 나는 문제를 못 풀었지만 그 작가님의 심정이 살짝 와닿았다. 결과와 상관없이 문제를 푸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답을 맞히고 나면 짜릿한 성취감도 느껴졌다. 

게다가 이번 게임은 회사에서 계획한 워크숍 활동이어서 그랬는지, 강사님은 유독 회사 생활과 방탈출 게임을 많이 비유해 주셨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는 딱 한 번밖에 경험해보지 못한 방탈출 게임 초보자이지만, 이걸 통해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방탈출 초보가 알려 드리는 방탈출 게임 비법(?)]


1. 문제 안에 답이 있다.

이 무슨 뻔한 소리냐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문제를 잘 보라고 하는데, 아무리 문제를 봐도 모르겠더라. 하지만 결국 답은 문제 안에 있었다.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다양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대신 정말로 '잘'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대충 봐서는 절대 못 찾을 것이다.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이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는 1번 조건이다.


2. 집단 지성을 활용해라.

혼자 풀면 죽었다 깨나도 모르겠을 문제도, 조원 분들과 같이 푸니 신기하게도 풀리기 시작했다. 누구 한 명이 '이거 1인가?'라고 하면 옆에서 '아~~~1 같기도 한데 2는 어때요?'라고 말하면서 협업이 시작되었다.

집단 지성은 그 집단이 얼마나 지능이 높은가와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 방탈출 게임만 10번 넘게 해 본 옆의 조가 우리 조보다 성적이 안 좋았던 유일한 이유는 집단 지성 이용 여부라 생각한다.

집단 지성의 힘을 믿고 서로를 격려하면 원하는 결과에 한 발자국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는다.


3.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서 협력해야 한다.

방탈출 시작 전 강사님은 모든 조원에게 각자의 역할을 부여했다. 창조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 문제 해결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 생산적으로 의견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 등등. 이것이 과연 문제 해결과 무슨 상관이지 했는데 나중에는 이해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나 혹은 사회에서나 각자가 가진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하나의 문제를 보고도 누군가는 고객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위협요소를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직에서는 이런 모든 역할이 합쳐져야 문제를 더 창의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나의 역할을 잘 해내면서 협력을 잘 해내는 사람은 정말 필요한 존재인 것 같다.



딱 한번, 그것도 파일럿으로 해본 방탈출 게임을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벌써부터 다음 게임을 하고 싶어 진다. 아, 다들 이렇게 방탈출 게임을 시작하고 서서히 물들어 가는구나.

다음 우리 팀 워크숍 때 방탈출 게임을 같이 해보자고 하면 꼰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는 아침이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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