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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Dec 04. 2023

글을 쓰는 이유

나는 왜 글을 쓰는가

오늘부터 12월 한 달 동안 글루틴 과정을 시작하며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써보려고 한다.

글쓰기에 대해 가졌던 무거운 압박감 대신, 짧던 길던 혹은 좋던 별로이던 매일 조금씩 쓰면서 글쓰기와 친해지고 편안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의 1일 1쓰기 챌린지 첫 번째 주제는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에게 글쓰기는 나를 구원해 준 하나의 도구였다.


40년 넘게 사는 동안 글쓰기는 학교나 회사에서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책 읽기는 좋아했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절레절레 고개가 저어지는,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그러다가 약 1년 전 우연한 기회로 '세 줄 감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역시 누가 시켜서였다), 과장 조금 보태서 내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내가 처한 환경은 달라진 것이 없었는데, 내면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글을 쓰는 나만의 이유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생각해 보았다.


1. 글쓰기는 자기 치유이다.

1년 전의 나는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리고 좌절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을 쳤고, 회사에서 성과가 좋아 칭찬을 듣더라도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잘하고 있고,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전혀 없었다.


이 시절 시작한 감사일기는, 처음에는 이걸 왜 쓰나 싶어 의심부터 하기 시작했다. 감사할 일이 하나도 없어 무엇부터 써야 될지 몰랐고, 한 줄조차 채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매일 숙제하듯 쓰다 보니, 점점 작은 일들에도 진정한 감사의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숙제의 1단계는 외부요인(주위 사람 혹은 환경 등)에 대한 감사였고 2단계는 나 자신에 대한 감사였는데, 2단계에 들어가자 진도가 안 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나에게 감사할 일은 찾기 힘들었다.

나에 대해서라면, 이것도 저것도 다 못나 보이고 잘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숙제라 억지로나마 작은 감사할 일부터 찾아서 쓰다 보니 신기하게도 내가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에 대한 감사함을 적다가 가슴이 먹먹해져 울음이 나온 적도 있었다.

더 이상 나 스스로가 싫지 않았고, 내 안의 나와 화해할 수 있었으며 내가 만들었던 상처가 스르르 아물기 시작했다.



2. 글쓰기는 생각의 정리이다.

매일 하는 수만 가지 생각과 느끼는 감정들은, 글을 쓰지 않으면 쉽게 정리가 안되고 나를 혼돈에 빠뜨릴 수 있다. 

생각의 표현과 정리는 말과 글 모두로 가능한데,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휘발성'이다.

말은 즉흥적으로 나와 빠르게 휘발될 수 있다. 하지만 글은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나에게 두고두고 남아 나만의 인사이트로 치환될 수 있다.

머릿속의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다 보면, 내가 미처 몰랐던 나의 내면의 소리와 요구를 또렷이 들을 수 있다.

여러 가지 일로 마음이 복잡하고 머리가 아프다면, 우선 글을 써보자. 



3. 글쓰기는 긍정적인 미래를 불러온다.

글을 쓰다 보면, 지금 혼란스러운 감정을 그대로 옮겨 마구 적다가도 멈칫하는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내가 옆부서 이팀장과 오늘 대판 싸워 너무 화가 난 상황에 글을 쓴다고 해보자. 이 글의 시작에는 이팀장이 얼마나 쓰레기 같은 인간인지로 쏟아낼 말이 많을 것이다.

이 상황이 나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아 빨리 그 빌런과 영영 헤어져 다시는 안 보고 싶은 마음을 막 쓰다가도, 글을 쓰는 중간에 살짝 생각의 전환이 되며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나 자각하는 타임이 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내가 이팀장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생각했을지와 앞으로 이런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혹은 더 나아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까지 고민하게 된다.


글쓰기의 좋은 점은, 상황을 재해석할 수 있는 시간과 조건을 부여하여,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결국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나의 미래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 준다.





혹시나 지금도 남의 글을 보면서 망설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당장 조금씩 쓰기를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쓰면서 나만의 '글쓰기 이유'를 찾아보시라고 하고 싶다.

글쓰기가 내 삶에 들어오는 순간, 분명히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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