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응원받고 싶어요!
남편도 아이도 각자의 친구들과 신나게 놀러 나갔던 어느 휴일, 혼자 집에 남겨졌다.
이제는 다 커버린 딸내미는 워터파크에 갔고, 남편은 산에서 밤새 트레일런인가 뭐시긴가를 한다고 했다. 나 홀로 집에 있으면 딱 봐도 대충 차려먹고 누워서 자다가 TV만 보는 하루가 상상된다. 가족들은 밖에서 즐기다 올 텐데 나만 집에서 황금 같은 휴일을 보낸다면 억울할 것 같았다. 폭풍 검색을 하며 뭐 할지 생각하다가, 혼자 영화관에 가기로 결심했다. 결혼 이후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보러 가는 거라 조금은 긴장되고 살짝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그동안 아이와 남편의 기호를 적절히 맞추느냐 잘 못 봤던 뮤지컬 영화를 찾았다. 맘마미아나 라라랜드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다시 찾고 싶었다. 전주부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악, 흥겨운 댄스와 좋은 스토리까지 곁들여진 뮤지컬은 딱 내 취향이다. 남편과 연애 시절, 현재 나의 직업과 상관없이 뮤지컬 배우를 해볼 거라 얘기했다가 평생 놀림감이 되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애써 무시한다. 다행히 지금 극장에서 따끈따끈한 신작 '빅토리'라는 뮤지컬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해 얼른 예매부터 했다.
영화 빅토리는 '응원의 힘'을 노래한다.
스토리는 거제도의 한 고등학교에 우리나라 최초 여고 치어리딩 팀이 만들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99년 세기말 배경의 그 시대를 주름잡았던 각종 유행가들이 보는 내내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들썩이는 어깨를 다시 내려오게 하느냐 힘들었다. 마음 놓고 댄스를 추기 위한 학교 공간을 요청하려고 위장(?) 치어리딩 클럽을 만들었던 주인공들이, 학교 축구부를 응원하며 진심으로 치어리딩을 사랑하게 되는 결말. 개인적으로는 줄거리 그 자체보다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응원의 힘'에 대한 메시지가 크게 와닿았다. 비단 학교 축구부뿐 아니라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응원이 절실한 사람들 아닐까. 매일 혼자 삶의 무게를 감당하느냐 벅찰 때도 있는데, 이때 누군가 옆에서 지지를 보내준다면 이 세상은 살만하다 느끼지 않을까 싶다. 꼭 시끌벅적 요란한 응원이 아니라도, 작은 말 한마디로 '너를 응원해'라는 메시지를 받는다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것 같다. 결과와 목적에 상관없이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낄 것이다.
나에게도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
생각해 보니 그냥 있는 정도가 아니라,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우선 가족들. 내가 어떤 생각을 하던 무엇을 하던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낸다. 물론 걱정되는 마음에 잔소리도 하고 다른 의견도 제시하지만,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네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너에게 도움 되는 것이라면 지지할게.'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일중독자 아내를 만난 남편은 내가 좀 더 원하는 일을 많이 하도록 육아와 가사를 도맡는 형태로 나를 응원한다. 가끔은 나를 채찍질해서 더 일하게 만드려나 싶다가도, 그의 지지는 진심에서 우러난 응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다시 의심의 눈길을 거둔다.
인정은 어떤 일을 잘했을 때 받는 보상이라면, 응원은 결과에 상관없이 건넬 수 있는 지지이다.
직장에서는 어떤가.
좋은 팀원들을 만나, 동료들을 만나 같이 일할 맛이 난다. 때로는 난관에 부딪히고 힘들 때도 생기지만, 회사는 직원에게 거저 돈을 주는 게 아님을 깨닫고 그들과 같이 문제를 풀어 나간다. 서로가 좌절할 때, 앞이 안 보인다 말할 때 위로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살만하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도 온 마음으로 축하해 주고 그 기쁨을 나눈다.
브런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형편없는 글을 썼다고 부끄러운 마음에 발행을 겨우 누르는데, 이런 글에도 누군가는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준다. 마치 괜찮다고, 앞으로의 글을 더 응원한다고 토닥여주는 것 같아, 덕분에 매번 글을 쓸 힘이 난다. 같이 글을 쓰는 작가님들의 응원도 치어리딩 못지않은 에너지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화 빅토리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많이 생략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
응원을 받는 사람들도 기쁘지만, 그 사람들을 응원하는 당사자도 가슴 뛴다 하는 것이 바로 응원의 힘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뭉클했다. 나도 응원받고 싶다는 생각에서, 지금도 응원을 충분히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해졌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응원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나도 든든한 그들의 지지자가 되어 '잘하고 있다, 괜찮다' 말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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