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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Sep 30. 2024

돈 안 드는 최고의 취미

바로 글쓰기란 말이죠~

라디오를 듣다 보면 종종 재미난 사연들을 접한다.

이번 주말 아침 라디오에는, 취미를 주제로 여러 사연이 소개되었다. 자신이 얼마 전 새로운 취미로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이를 위해 먼저 이것저것 사느냐 이번 달 월급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테니스 라켓, 공, 가방, 옷, 신발 등등 생각보다 많은 것을 사느냐 지출이 컸는데, 아내가 이를 알아챌까 봐 전전긍긍하는 남편의 사연이었다. 아내에게 걸리면 이 취미를 이어가지 못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는 갑자기, 이야기를 같이 듣던 남편을 째려보며 말했다. 

"당신도 뭐 숨기는 거 있으면 지금 불어. 자수하면 광명이라도 찾게 해 줄게."

남편의 취미는 자전거 타기이다.

자전거 열풍이 불기도 훨씬 전인 2006년도, 7만 원짜리 삼천리 자전거로 철인삼종 대회에 출전했다. 원해서는 절대 아니었고, 교관으로 발령받자마자 비인기 종목의 담당을 어쩔 수 없이 맡게 되어 시작한 것이다. 억지로 했지만 꽤나 자신의 취향과 맞았던지, 지금까지 쭉 자전거를 즐기며 타고 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자전거를 타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자전거 자체만 하더라도 천만 원이 넘는 것이 있을 정도로 가격도 종류도 다양하다. 남편은 모은 돈은 개뿔 없었으면서 결혼식 한 달 전, 혼수랍시고 비싼 자전거를 사서 좁은 신혼집 신발장에 들여놨다. 당시 자전거 가격을 잘 모르던 순진한 나를 속여, 100만 원짜리 중고 자전거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지만 신혼 버프로 살아왔던 것 같다.

자전거는 시작일 뿐이고, 정식으로 사이클을 시작하려면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것들도 많다. 자전거 옷, (특히나 바지는 주요 부위에 보호대가 있어 마치 레슬링 선수복 같다), 헬멧, 신발, 물병, 고글, 조끼 등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얼마 전에는 3살 아기한테나 맞을만한 엄청 짧둥한 조끼를 사 왔길래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멋'이란다. 어휴.....(절레절레)


다행인 건 취미에 푹 빠져서 다른 데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자전거도 한 번 사면 주요 부품들 교체하는 것 빼고는 몇 년은 잘 타고, 헬멧도, 옷도 그럭저럭 몇 년을 입으니 매년 지출이 엄청 큰 편은 아니다. 밖에서 매일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않냐고 반문하는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요즘은 새로운 취미인 트레일런에 빠져 주말마다 산을 뛰어다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걷기만 해도 숨이 차올라 힘든데 말이다. 동호회 사람들 20명이서 다 같이 산에서 뛰다가 계곡물을 그대로 건너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 종일 8-10시간쯤 운동하다 온다. 이를 위한 장비발이 역시나 필요한데, 가볍지만 많이 들어갈 수 있는 조끼 장착형 물통, 트레일런에 최적화된 운동화, GPS 기능을 갖춘 손목 기기 등이 있다. 남편은 매번 자신의 장비가 가장 후졌고, 자신이 가장 저렴한 것을 쓴다고 주장한다. 남편의 말이니 영 신뢰가 가지 않지만, 같이 갔던 동호회 사람들의 소품 사진만 보더라도 그야말로 번쩍번쩍하다. 몸뚱이만 있으면 달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투자하는 만큼 기록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진다고 한다.

물론, 남편의 반론대로 술값으로 쓰는 것보다는 취미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나은 쓰임새이긴 하다. 그러나 취미 하나 시작하고 유지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취미는 무엇인가 생각해 본다.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한다. 취미라고까지 부르기는 어렵지만, 누가 물어보면 책을 보거나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했다. 요즘에는 당당하게 말한다. 글쓰기가 취미라고. 그리고 남편의 취미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의 취미와 비교해 보니 글쓰기만큼 경제적인 것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니, 글쓰기만큼 돈이 안 드는 취미가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글을 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선 집에 굴러 다니는 메모지와 펜이다. 거기에 부담 없이 무언가를 쓱쓱 써 갈기다 보면, 조금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럼 문구점에 가서 조금 더 좋은 노트를 사거나, 엄청 잘 써지는 펜을 사면 된다. 글쓰기도 사실 좋은 장비가 있으면 조금 더 잘 써지기도 한다. 글쓰기에 대한 욕구가 무럭무럭 자라났던 시절, 나는 무려 3만 원 가까이하는 노트를 사고, 5천 원짜리 펜을 사서 일 년간 일기를 썼다. 기존의 500원짜리 수첩과 비교해 글씨가 너무 잘 써져서, 3만 원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금 '0'원으로 글쓰기를 하고 싶다면? 방법은 무수히 많다.

우선 집에 있는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켜고 메모지에 글을 쓰면 된다. 글을 쓰다가 잘 모르는 게 생기면 인터넷이나 AI에게 물어보면 되고.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생긴다는 마음에, 내가 쓴 글이 아니라 남의 글을 보고 싶다면? 브런치를 활용하거나 집 근처 도서관에 가면 된다. 정말 돈이 하나도 안 드는 최고의 취미 아닌가?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만약 돈은 별로 없는데, 취미는 갖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이 햇볕 좋은 가을날 시작하기 딱 좋은 취미를 권해드린다. 그건 바로 독서와 글쓰기. 둘은 사실 세트로 하면 가장 좋다. 글을 쓰다 보면 책을 읽고 싶어지고, 책을 읽다 보면 쓰고 싶어 지기 마련이다. 아니라고? 아직 책만 읽어도 좋다고 하시는 분들의 대답이 들리는 것 같다. 나도 그랬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매번 부럽지 않았는가. 이 작가는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감탄하다가도, 나도 언젠간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살짝씩 들 때가 있다. 당장 책은 못 쓰더라도, 글은 언제든지 쓸 수 있다. 그것이 세 줄 메모이건, 일기던, 브런치 연재건간에 말이다. 


글쓰기 예찬론은 시간이 가도 식을 줄을 모른다. 아니, 쓸수록 더 좋아지고 있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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