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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에 연말이라는 시간이 또 다가왔다.
연말마다 별별 생각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지, 올해는 도대체 뭐 했지, 앞으로 어떻게 살면 좋을까 등등. 30살이 넘어서 시작된 직장인 사춘기는, 40대 중반인 지금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히나 한 해가 끝나는 12월에는, 독감보다 더 심한 열병처럼 찾아와 나를 괴롭힌다.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는, 성적이나 친구 관계 말고는 크게 고민할 거리가 없었던 것 같다. 주어진 환경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있었기에 그 안에서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가 오롯이 내 선택으로 갔던 회사라는 곳에서 진정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그 말, '공부만 열심히 하면 커서 성공한다'가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이, 내가 자아에 대해 눈을 떴던 시점이다. 세상은 학창 시절 성적으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만만치 않은 현실에 부딪히며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고, 이게 내 길이 맞는가 수도 없이 되묻게 되었다.
연말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를 알기 위해 여러 시도들을 했다. 이렇게 쓰면 왠지 멋져 보이지만, 사실 전혀 아니었다. 처음에는 타로카드, 사주, 친구들과의 수다로 시작했다. 어디엔가 물어보고 기대고 싶었다. 하지만 들었던 말들은,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달랐다. 너는 이렇게 태어났고, 이런 운명을 갖고 있고, 현실이 이러하니 그냥 만족하면서 살아가라는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어쩌면 나는 '미래의 너의 인생은 장밋빛일 거야'라는 문장이 듣고 싶었던 걸까.
그다음 해부터는 전문가를 찾기 시작했다. 심리 상담가, 진로 상담 전문가, 커리어 코치, 강점 진단 코치 등, 돌이켜보니 참 많기도 하다. 그들은 나에게 질문을 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고. 태어나서 처음 듣는 질문이었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무언가 멋진 답을 주길 원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묻기만 했다. 답답할 노릇이었다. 원하는 답은 안 주고 뭐 하는 거지. 그들에게 낸 돈이 아까워서 어쩔 수 없이 답은 했지만, 내가 바라던 명쾌한 무언가가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2년 전, 회사에서 우연한 기회로 코칭을 받고, 내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코치님도 앞의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답을 주지는 않았다. 계속 질문만 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냐, 말씀하신 그 단어의 의미는 뭐냐,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은 무엇이냐 등등. 처음에는 답이 잘 나오지 않았다.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할 노릇이었다. 그러나 세션을 거듭할수록 내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튀어나왔다.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했을 때, 세바시에 강연자로 서있는 내가 그려졌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던 내가 강연자를 꿈꾸다니. 나조차도 절대 모르던 나의 소망이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 직업과 커리어로는 꿈꾸지 못하는 일이었기에. 실은 내가 답해놓고도 의심스러워 반문을 해봤지만, 진정 내가 원하던 모습이 맞았다. 내가 가진 경험과 통찰을 글과 말을 통해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삶. 타인의 성장에 진정으로 기여하며 나도 같이 성장하는 인생이,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었다.
나의 마음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니,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이 조금씩 보였다.
코칭은 2 달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아쉬웠다. 조금만 더 하면 좋을 텐데, 어떻게 하면 코칭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러다가 코칭 숙제로 시작한 글쓰기가 떠올랐다. 나를 조금 더 알기 위한 수단으로 글쓰기만 한 것이 없었다. 단연코 나는 글쓰기를 진짜 싫어한 사람이었다. 글을 쓰려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문장 실력도 없어 기피하기만 했다. 그러나 3줄 감사일기로 시작해 그냥 쓰다 보니, 보약보다 더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만약 오늘 김 부장과 싸워 화가 났다면, 그걸 그냥 글로 풀어냈다. 쓰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되었다. 나는 왜 김 부장과 싸워서 화가 났나, 어떤 말 때문이었지, 그 말을 들으면 왜 발작 버튼이 눌리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이 생각났다. 코칭의 철학 중 하나는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은 그 사람의 내부에 있다'이다.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에서 내 문제에 대한 답이 흘러나왔다. 정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얼마나 좋은 답이냐 아니냐도 상관없었다. 그냥 내가 그 문제 자체를 인지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자체가 '유레카'였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버겁고 현실이 답답하다면, 내 길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면, 아니 삶의 슬프거나 기쁜 모든 순간에 글을 써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가만히 앉아 내 마음속 소용돌이를 들여다보고 묘사해 보라. 소용돌이가 왜 치고 있는지, 나에게 무슨 영향인 건지, 소용돌이가 끝난다면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건지 글로 풀어내다 보면 결국 보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언젠가 그 소용돌이는 잠잠해질 것이고, 그렇게 고요해진 모습을 평화로운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내가 있을 테니 말이다. 단언컨대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질문을 하고 조금씩 답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진짜 나'를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 하루 10분, 잠깐의 시간만 낸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최고의 셀프 코칭법이다. 모든 사람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고, 글쓰기는 그것을 돕는 당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거라 자신한다.
#몹글 #몹시쓸모있는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