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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Nov 12. 2024

열정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열정맨 짱짱짱

"40살 넘어가니, 열정이 다 사그라져 버렸는데 어쩌죠.”

얼마 전 이직한 옛 동료와 통화를 하는데, 그녀는 이 한마디로 자신의 요즘 마음을 표현한다. 새로운 회사에서 새로운 업무를 이제 막 시작하는 그녀다. 시기상, 상황상, 그리고 그녀의 성격상 호기심과 열의가 넘칠 법도 한데 의외였다. 나와 같이 한 팀에서 일을 했을 때는,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그녀의 텐션과 속도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다. 어떤 날은 '제발 여기까지만 하면 안 될까'라고 부탁한 적도 있었다. 그녀가 생각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며칠밤을 새도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그녀는 일을 하다가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부서 여기저기를 찾아가, 집요하게 파고들어 끝장을 보고 오기도 했다. 한 마디로 열정 넘치는 행동가이자 문제 해결사랄까. 그만큼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잘 해내고자 하는 의욕이 있었고, 또 그걸 해낼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힘들다고 말한다.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의 열심을 하기에는, 자신의 마음과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야근을 하고 회식으로 술을 아무리 마셔도, 다음 날 아침 8시까지 출근하는 것은 그녀에게 당연한 일이었다. 점심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고, 출근길 자기 계발서를 꼬박꼬박 읽었다. 일에 진심인 데다가 남들보다 배우는 속도도 빨라, 항상 다른 사람보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갔다. 

그러나 나이가 먹고 경력이 쌓이다 보니, 꼭 그렇게까지 했어야 되나 싶다고 했다. 아등바등 어떻게든 완성해 내려고 애썼던 일에도, 이제는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속도를 줄여간다고 했다. 회사에서 일이 끝나지 않으면, 노트북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 아이들을 재워놓고 일하는 게 일상이었다. 애들 밥 챙기랴, 숙제 챙기랴 정신없이 퇴근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밤 10시부터 책상에 앉아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남은 일을 해낸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며칠만 일해도, 다음날 출근하면 피곤해서 하품이 난다고 했다. 차라리 푹 자고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인다.


그녀와 통화를 하며, '열정'에 대해 생각해 본다.

열정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그녀 말대로라면 40살이 이미 예전에 넘은 나는, 지금쯤이면 열정이 바닥이어야 할 텐데. 그러고 보니 스스로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진다고 느낀 지는 한참 되었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사원의 열정이 '100'이라고 하면, 내 열정은 '20'쯤 되려나. 회의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이것저것 해보자고 의견을 낼 때마다, 속으로 '이제 그만'을 외치는 게 바로 나다. 예전에 비슷한 걸 시도해 봤는데 잘 안되고 힘들기만 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그들의 열정이 신선해 보이고 좋아 보이는 한편, 나는 절대 저렇게 못 살 것 같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일한 기간과 나이는, 열정과는 반비례하는 것 같다. 17년 차 경력직의 눈으로 업무를 바라보니, 도전을 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실패를 안 하려고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든다. 열정이 넘치던 예전에는, 가시밭길이라도 헤쳐 나가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력이 쌓이는 만큼 줄어든 열정 때문에, 지금은 가시밭길은커녕 돌다리도 백만 번 두드리고 가는 걸 선호하고 있다.


열정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니, 서글픈 감정이 든다. 

그럼 반대로 열정을 다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정이 생기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크게는 외부 요소와 내부 요소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외부 요소라 함은, 직장에서 흔히 말하는 외적 동기가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성과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받는다던지, 승진을 한다던지 하는 보상적인 부분이 떠오른다. 내가 한 일만큼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이고,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반면, 이러한 외부 요소들은 환경에 따라 언제나 변한다는 함정이 있다. 과장 승진 하나를 보고 열심히 달려왔는데, 갑자기 우리 부서의 사업이 망해서 부서가 해체 되는 경우, 열정은커녕 멘털도 바스스 무너질 수 있다.


열정을 가져올 수 있는 다른 요소인 내적 동기는, 조금 더 지속성이 있는 양질의 연료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직접 설정하고,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한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들을 하고 참견을 하더라도, 내 방향성만 확실하다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설령 내가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내적 동기라는 연료가 내 안에 가득하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남들과 비교를 하지 않고,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찾아가기에 불안함도 덜하다. 외적 동기는 화려한 불꽃이라면, 내적 동기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타오르고 있는 불씨이다. 내가 일하는 이유가 겉으로 보기에는 돈과 승진이라면, 내 내면을 잘 들여다보면 업무에 대한 성장욕구라는 불씨가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꺼져가는 내 열정에 불을 붙이려면,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나는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을 살고 싶은가.'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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