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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휴식은 얼마가 적당할까

직장인의 휴식 보장권

by 수풀림

이번 주는 늘 가던 회사 대신, 부산으로 출근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학회 부스 전시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꽤 큰 규모의 행사라 20명 넘는 인력이 투입됐지만, 준비하고 신경 쓸 것들은 여전히 산더미. 우리는 고객 응대에 집중하기 위해, 각종 이벤트를 도와줄 알바생도 따로 고용했다.행사 당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알바생이 부스로 찾아왔다. 그에게 행사 운영과 역할에 대해 대략 설명하고, 혹시 질문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쉬는 시간은 언제에요?"


갑자기 뇌가 정지된 느낌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쉬는 시간이라니. 우리한테 따로 쉬는 시간이 있었나?'

특히나 부스에 사람이 많이 몰릴 때는 모든 인원이 총동원되어도 모자를 판이었다. 전시회 현장에선 점심도 교대로 번개처럼 다녀오고, 화장실도 눈치껏 갔다 왔다. 사실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면 발은 퉁퉁 붓고 다리는 ‘나 좀 살려달라’고 아우성치지만, 그 와중에도 시간을 지켜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다. 고객이 찾아오면 당연한듯 끊임없이 손님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직원들에게는 일상일 뿐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건 단지 행사 상황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

우리 같은 보통의 사무직 직장인들은 언제 쉬는가. 그렇다고 아예 안 쉬는 건 아니지만, 정해진 쉬는 시간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커피 한 잔 마시며, 누군가는 복도에서 수다 떨며, 또 누군가는 담배를 피우며, 말 그대로 ‘틈틈이’ 쉰다. 그리고 이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쉬고 덜 쉬는 사람들은 있다. 동료들과 하루 반나절동안이나 일과 관련 없는 사적인 얘기를 하기도 하고, 담배 한갑을 다 피울만큼 밖에서 머무는 직원들도 있다. 반대로는, 칼퇴를 위해 엄청난 집중을 하며 점심도 책상에서 때우는 그룹도 있지만 말이다.


알바생의 질문이, 나를 멈춰 세웠다.

직장인에게 적절한 휴식이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나는 아직 답을 잘 모르겠다. 각자에게 필요한 휴식의 정도가 다른걸까. 아니면 50분 일하고 10분 쉬는 게 정답일까. 쉼은 일할 때나 일상에서 정말 필요하지만, 그것조차 별로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지금부터 휴게 시간입니다.'라고 누가 말해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할 일이 많을 때는 쉼을 상상할 수 없었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그제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질문이 잘못되었다.

'얼마만큼 쉬어야 적당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쉬는 것이 좋을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휴식은 커피 한 잔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게임 한 판일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각자에게 필요한 휴식은, 자기 자신이 잘 알 것이다. 아직 모른다면, 지금부터 찬찬히 발견해 나가면 되고.

3분이든 30분이든 상관없다. 일에 쓸려나가기 전에, 나를 다시 붙잡아주는 ‘진짜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가져보자. 회사는 앞으로도 절대로 우리에게 '이제부터 쉬세요.'라고 말해주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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