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멘탈 직장인의 스트레스 관리법
“아.... 그냥 확 때려치우고 싶다.”
일이 많을 때, 아니 일이 꽈배기처럼 베베 꼬일 때마다 늘 입버릇처럼 나오는 문장이다. 아마 나 말고도 많은 직장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속으로 되뇌이겠지. 스트레스 없는 회사 생활이 가당키냐 하겠냐만은, 역시나 스트레스를 받는 그 순간만큼은 괴롭기 짝이 없다. 간신히 회복되었던 위궤양이 다시 도지는 느낌. 머리는 늘 지끈지끈, 자다가 잠꼬대는 기본이고 그마저도 깊이 잠들지 못하는 나날들의 반복이다.
나의 경우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짜증 → 불안 → 예민함’이 3단 콤보로 튀어나온다.
우선, 가장 먼저 올라오는 감정은 짜증이다.
“왜 이렇게 일이 많고 복잡해?”, “대체 뭘 어떻게 더 잘하라는 거야?”
누구한테 말도 못 하고 속으로만 투덜댄다, 그러다 어느새 마음속에 울분이 서서히 차오른다. 세상이 나한테 왜 이러나 싶어 억울하다. 이러다가 결국은 모든 걸 벗어던지고 도망가고 싶어진다.
그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불안이다. 이 친구는 꽤 오래된 나의 동반자이자, 웬수같은 친구이기도 하다.
항상 뭔가 잘못될까 봐 두렵고, 지금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감각이 제 안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주범이다. 심지어 일이 잘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도, 마음은 늘 긴장 상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불안은, 나를 채찍질하며 더 잘하라고 부추기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 녀석이 내 곁에서 사라지고 자신감이 가득 찰 때, 오히려 다시 두려워질 정도다.
이 상태가 조금 더 발전하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내 모습이 튀어나온다.
마치 살짝만 건드려도 확 터져버리는, 봉숭아 씨앗 같은 상태다. 옆 부서 팀장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농담 한 마디에도, 화가 부글부글 난다. 누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했는가. 내가 포악해진 상태에서는, 모든 대상을 상대로 전투력이 치솟는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억울하고 불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피폐해진 정신상태로 가끔 회의에서 쌍시옷 육두문자를 쓰다가, 스스로 흠칫 놀라는 단계까지 가기도 한다. 그 순간 깨닫는다. 이 상태로는 도무지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물론, 적당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나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
어떻게든 그 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더 부지런하게 움직이게 된다. 꼬인 일을 풀기 위해 다른 부서에 도움을 청하고, 상사에게 깨진 다음에는 만회하기 위해 기획안에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는 식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 여기에도 '적정선'이라는 게 있다. 그 선을 넘으면 스트레스는 동력이 아니라 독이 되어버린다. 짜증과 초조함에 갇혀 나를 쉴 새 없이 채찍질하다 보면, 지하 100층까지 땅굴을 파게 된다. 주변상황이나 주위사람들을 원망하다 보면, 결국 가장 피폐해지는 건 나다. 유리처럼 쉽게 금 가고 바스라지는 정신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직장생활의 절반은 멘탈 관리라는 말도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회사에 다니는 이상, 스트레스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다룰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똑소리 나는 기획서를 쓰는 것도, 회의에서 존재감을 어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 모든 걸 지탱하는 건 결국 건강한 정신이다. 멘탈을 잘 부여잡고 있으면, 위기의 상황도 현명하고 수월하게 넘길 수 있다.
어쩌면 직장인의 유리멘탈은, 매일매일 갈아 끼는 안경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오늘은 오렌지색 반짝이는 긍정 필터, 내일은 심기불편 경고등이 번쩍이는 회색 필터로 말이. 중요한 건, 내 감정의 색이 바뀌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한다는 사실이다. 짜증이 올라오고 예민해져도, 이런 나를 알아차리고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스트레스가 나를 덮치려 할 때는, 일단 열일 제쳐두고 심호흡부터 해보자.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후- 하고 내쉬며 소용돌이치던 감정들을 흘려 보낸. 가부좌 틀고 하는 명상까지는 아니어도, 잠시 숨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차분해진다. 그다음 나에게 차례차례 물어본다. 이게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로 다가오는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무엇인지. 막상 답하다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아니네'라는 생각이 슬슬 든다. 그리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긍정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도 한다.
알아차림 → 숨 가다듬기 → 질문하기.
한 주를 시작하는 직장인의 월요일, 이 3단 콤보로 유리멘탈 대신 단단한 평정심을 장착해보시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