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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an 11. 2024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나요

어디에서든 배우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

회사를 10년 넘게 다니며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도, 다시는 일로 부딪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데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내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은 속칭 '케미'.

나와 일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과는 아무리 힘든 프로젝트를 수행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이 생겨 업무 강도가 과소평가되기도 했다.

반대로 안 맞는 사람들은 같이 회의만 해도 고구마 백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고 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나 혼자 마음속으로 영원한 이별을 고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나와 케미가 통하고, 계속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의 특징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해 본다.


1. 할 수 있습니다!

사장님으로부터 빅똥(?)이 떨어졌다.

지금도 밀린 업무로 바빠 죽겠는데 갑자기 내일까지 중요한 보고서를 만들어오라고 지시하신다. 업무 지시 메일 말미에는 '건강 잘 챙겨가면서 일하세요'라는  주고 주는 멘트까지 곁들이셨다.

패닉에 빠진 나는 같이 보고서를 만들 사람들을 불러 모아 죽상을 하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내일까지 해야 된대'라고 통보하며 큰 한숨을 쉬었다.


이 소식을 처음 듣는 동료들은 원망의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이게 뭐냐 항의하며 여론이 악화되는 와중에, 구원투수의 등장.

"저희 내일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유~~~~~ 예뻐라.

설령 그게 빈말이라도, 가능성이 없는 말이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나는 내심 안심이 되었다.

나조차도 확신이 하나도 없고 못해낼 것 같아 불안했는데, 저렇게 말해주는 것 자체가 고마웠다.

여기에 더해 어떻게 일을 분배해서 내일까지 이걸 다 만들 수 있을지 대안까지 제시하니, 더 예뻐 보인다.


모두들 절망에 빠진 순간, '할 수 있다'라고 얘기하며 긍정의 힘을 전파하는 사람은 그 존재 자체로 조직에 든든한 원동력이 된다.



2. 제가 해볼게요.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은, 5년 만에 3배가 넘는 성장을 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급격한 성장을 하는 동안에는, 마치 스타트업처럼 명확한 업무 구별 없이 나에게 몰려드는 여러 색깔의 일감을 처리하기 바빴다.

하지만 조직 크기가 커지고 점차 본인만의 고유한 업무 영역이 생기면서, 'grey area'에 있는 업무에 대해 서로 미루는 현상이 생겨났다.  사실 grey area의 업무는 누구의 업무도 아닌 동시에 모두의 업무이기도 하지만, 나만의 명확한 업무와 평가 기준 밖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업무가 생길 때 자발적으로 손을 든다면?

우리 회사에서는 내가 한다고 말을 꺼내는 동시에 그 사람한테 모든 업무와 책임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이렇게 손을 드는 동료들은 그야말로 '레어템'이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서로 업무를 피하려고 눈치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제가 해보겠습니다.'라며 지원해 주는 팀원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고 해 보겠다는 마인드 자체가, 상사나 동료로부터 호감과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요소이다.


아무도 하고 싶지 않아 하는, 나의 성과에 별 도움 안 되는 협업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은 요즘 세상에서 보기 힘든 '귀한' 사람으로 대접받아야 마땅하다.



3. 실패하면 어때요, 배웠으니 되었죠.

몇 개월간 공을 들인 프로젝트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모든 일의 결과는 성공 아니면 실패로 귀결되는 걸 알고 있지만, 실패라는 결과지를 받으니 속이 쓰리다.

이걸 위해 노력한 시간이 얼마며, 하도 책상과 붙어 있어 디스크까지 터졌는데 끝이 안 좋으니 억울하기 짝이 없다.

빨리 다음 업무로 넘어가야 되는데 마음 잡기가 힘들고 자꾸 결과를 곱씹고 앉아 있다.


이런 나를 보던 동료가 덤덤하게 웃으며 얘기한다.

"실패하면 어때, 이건 실패가 아니라 과정일 뿐이야."


사실 자기가 이렇게 멋진 말을 건네놓고도 기억도 못할 테지만, 나는 동료의 이 문장을 듣는 순간 머리에 종소리가 들렸다.

맞다. 이 프로젝트가 중요한 건 사실이지만, 이건 단지 나의 커리어 속 과정일 뿐이었다.

실패의 결과가 나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었는데, 나는 그 마음을 놓지 못하고 과거에 사로잡혀 있었다.

동료는 프로젝트를 하며 업무를 많이 배웠고, 그 배움으로부터 다음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을 이어나갔다.





2년 전 글로벌 리더가 새로 취임한 이후, 'Growth Mindset' 교육을 대대적으로 실행했다.

나는 나 스스로 항상 성장 지향적이라 생각했는데, 이 교육을 받으며 나는 고정 마인드셋으로 살아왔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완벽주의자로 살며 실패가 두려워 돌다리를 백만 번 두드리다 시도조차 안 한적도 있었고, 회의 시간 고개를 푹 숙이며 지목할까 봐 두려워 피한 적도 많았으며, 딱 봐도 안될 것 같은 일에서는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고 있었다.


반대로 내가 나열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특징은 모두 성장 마인드셋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내가 일할 사람들을 선택하기 전에, 나부터 동료들에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 마인드셋으로 일을 대해보자 결심을 한다.

일단 당장 오늘까지 제출해야 되는 보고서부터 정리해야겠지만, 마음만이라도 그렇게 살아보자 다짐한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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