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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an 29. 2024

인생은 라이브

닥치면 다 하게 되더라

우리 조직에서 1월은, 1년 계획을 촘촘하게 짜느냐 무지하게 바쁜 시기이다.

보통 모든 팀이 모여 한꺼번에 킥오프 미팅을 하는 2월 전까지는, 각 팀별 계획을 실행 단위까지 세우고 서로 공유하며 중간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번은 동료가 본인 팀 계획을 만들며 나에게 의견을 물었던 적이 있다.

당장 내일 중간점검 날인데 발표 자료에 구멍이 많다고 말하는 그. 나는 걱정되는 마음에 이 자료로 그냥 발표해도 괜찮겠냐고 반문했다.


"인생 라이브예요! 닥치면 다 하지 뭐"


푸하하.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손이 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동료이지만, 주어진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걱정 한편으로는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인 것 같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라이브로 펼쳐지는 우리 인생의 묘미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의 계획과 무관하게 흘러갈 수 있다

사람들은 계획을 세울 때 '희망'이라는 필터를 장착하고, 그것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을 때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아무리 잘 세운 계획도 실행하다 보면 수많은 장애물과 환경 변화 때문에 다른 방향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간단한 예시로 나는 오늘 아침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장에 6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늦잠을 잔 것으로 추정되는 헬스장 직원의 지각이, 나의 하루 루틴과 계획을 무너뜨렸다.

머리도 안 감은 채로 출근할 수 없어 결국 옆에 있는 다른 헬스장에 가서 무려 2만 2천 원을 내고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어이없기도 하고 속도 쓰려 쓴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계획에서 조금 어긋났다고 인생이 무너진 건 아니니 이 포인트에서 절대 좌절해서는 안된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가던가 잠시 멈춰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환경 변화로 계획이 틀어졌다면, 변화된 환경에 맞게 다시 계획을 짜면 된다.



실수와 실패는 언제나 찾아올 수 있다

대표적인 라이브 방송으로 홈쇼핑이 떠오른다. 쇼핑호스트 분들은 엄청난 노력과 소비자 심리를 간파한 계획적인 멘트들로 실시간 매출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라이브 방송이다 보니 간혹 행동과 말에서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있고, 소비자들의 평판에 크게 좌우되는 직업이라 이 번의 실수가 돌이킬 없는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직장생활에 대입해 다시 생각해 보자.

상사 앞에서 중요한 연간 계획을 발표하다가 보기 좋게 망쳐버렸다면? 이 역시 라이브라 돌이킬 수가 없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는 성공과 함께 따라오는 인생 세트 상품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실패하고 그대로 주저앉은 사람과 여기에서 'Lessons Learned(어떤 일을 수행하고 난 뒤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가를 따져보고 개선사항을 정리한 것)'를 얻어가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인생은 라이브기 때문에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 없고, 우리는 매 순간의 경험으로부터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설령 떠올리기조차 싫은 뼈아픈 실패라 할지라도 말이다.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다

방송이나 유튜브로 동영상을 시청할 때 라이브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사람들이 라이브 방송에 열광하는 이유 하나는 바로 실시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크리에이터는 시청자가 채팅창에 올리는 댓글을 바로바로 읽어 내려가며 감사하다는 인사도 하고, 때로는 이들의 질문에 실시간 답도 해준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회사 업무들은 대부분 라이브로 발생하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도 높지만 소통의 가능성도 많아진다.

그리고 이렇게 상사와 동료,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피드백을 받아 내 업무에 반영하게 되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내가 혼자서 세웠던 계획들은, 결국 소통과 피드백을 통해 수정되고 발전될 수 있다.


오늘의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결론은, 결국 인생은 라이브라 나의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이다. 달라지는 방향의 결과가 내 마음에 들 수도 있지만, 가끔은 전혀 생각지 못한 재밌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질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라이브 방송은 직면하기 무섭다. 

나만해도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항상 준비가 되지 않아 라이브로 나가기 싫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늘 완벽주의자의 가면 뒤에 숨지는 말아야겠다 결심해 본다.


인생을 녹화할 수도 없겠지만, 인생이 라이브가 아니라 녹화 방송이라면 얼마나 재미없겠냔 말이다. 

그저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조금 더 준비해 보고,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봐야겠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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