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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풀림 Jan 26. 2024

새로운 리더가 온다

태풍의 눈

문자 그대로이다.

다음 주면 우리 조직을 총괄할 새로운 리더가 부임한다.

(만약 제목에 낚여 리더십 인사이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조용히 나가셔도 원망하지 않을게요. ㅎㅎ)


내가 이 조직에 몸담은 지 6년 정도 되었는데, 리더의 변화만 벌써 세 번째이다.

전편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계 회사이기도 하고 시장 변화가 워낙 빠른 업종에 있다 보니 조직 개편도 잦은 편이다.


사실 리더의 변화로 인한 조직개편이 예고된 그 순간부터 우리 조직은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 리더에게 직속보고하는 나도 마찬가지인데, 도대체 이 무정부 시대에 팀을 위한 최선의 결정과 이슈 해결을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되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하필이면 이 변화가 가장 바쁜 연초에 있어 더 정신없고 분주하다.


나는 별로 반갑지 않은 이 상황에서 나의 감정 변화와 느낀 점을 글로 적어보자 결심했다.

안 그러면 그냥 혼란스러움 더하기 혼란스러움 정도로 이 시기가 기억이 나지 않은 채, 다음 주부터는 태풍과 같은 변화 속에서 흔들리고만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이번 변화는 왜 더 혼란스러울까

그동안 회사에 다니며 리더의 변화를 수도 없이 겪었는데, 지금이 더 혼란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불확실성' 때문인 것 같다. 

보통 리더가 바뀌더라도 내부 이동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외부 사람이 영입되는 경우는 나에게 처음이었다. 게다가 채용 과정이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어 누가 올지에 대해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했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함은 쉽게 전염되었고,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혼란은 더 가중되었다.


리더를 이해시켜야 한다

조직에 속해 1년 이상 같이 일하며 합을 맞춘 사람들은 이 조직의 생리에 적응하며 전체적인 문화와 업무를 이해하게 된다. 특히나 우리 회사처럼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고 온보딩 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조직의 경우 '눈치'로 앞뒤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직원들의 생존 전략 중 하나이다.

그래서 회의를 할 때 한 마디만 듣고도 뉘앙스와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 생기며, 눈치껏 누구와 어떻게 일을 해야 할지 배워가게 된다. 경력직만 뽑는 회사다 보니 직원들은 입사하자마자 별로 배운 것도 없이 알아서 업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가 오시니 온보딩 교육 프로그램을 아주 촘촘히 만들어 빨리 비즈니스를 이해하실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라는 사장님의 지시 사항이 떨어졌다.

아니, 없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지? 나도 입사해서 교육이라는 걸 받아보지 못한 것 같은데...

리더의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서 전략적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라고 하는데, 정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촉박한 타임라인 속에 어찌어찌 다 같이 머리를 짜내 억지로 프로그램을 끼워 넣는데, 당황에 이은 경각심이 다음 감정으로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그분께 직접 보고해야 하는 나는, 우리 팀을 어필하고 내 직무의 중요성을 이해시켜야 하는 사람이었다.

여태까지는 조직에서 당연히 우리 팀이 이런 일을 한다고 다들 알고 이해받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해시키지 못하면 팀의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생겼다.

나는 어떻게든 우리 팀의 업무를 정리하고, 보고하고, 일하는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위치인데, 이 업무를 여태까지 제대로 신경 써서 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하게 되었다.


당연한 것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조직의 조직도는 전체 관점보다는 개인의 니즈와 상황이 반영된 맞춤형 조직도이다.

즉, 제삼자가 보면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상한 조직도라는 소리이다. 왜 이 사람이 이 팀에 있고, 저 팀은 이 팀과 무슨 업무로 어떻게 나뉘는지 하나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팀 간의 명확하지 않은 업무 설정에 대해서도 그간의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그냥 그렇겠거니 하며 넘어가곤 했다.


새로운 리더가 오면, 마음으로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머리로는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조직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되지는 못할 것 같다.

아니 나는 은근 이런 상황을 기대하기도 했다.

히스토리로 끊어내지 못했던 상황을 객관적 시각으로 보고 진단하는 것 말이다.


새로운 리더에게는 조직도, 업무도 당연함의 시각이 아닌 '왜'의 질문으로 다시 볼 테니 말이다.


지금 나는, 우리 조직은 태풍의 눈 속에 있는 것 같다.

차라리 다가오는 태풍을 직접 맞으면 엄청 힘들더라도 한 번 휩쓸고 가고 나면 잠잠해지려나 싶기도 하고...

농담 삼아 태풍에 휩쓸려 영원히 회사와 안녕을 고할 수도 있다고 동료들과 얘기하고 있는데, 부디 이 태풍이 큰 피해 없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빌어본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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