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지에 대한 기억: 동생 '다'의 이야기
‘블루베리 스무디’는 참 신기한 단어가 아닐까? 같은 단어더라도 지역마다 억양이 아주 달라지니까. 억양이 아주 잘 드러난다는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누군가의 태생을 추측하기 위해 이렇게 물어본다.
“‘블루베리 스무디' 한 번 해봐!”
국제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가 메인인 학교더라도 선생님과 외국인 학우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한국인이라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같은 학년에도 여러 지역의 친구가 있으니, 지역을 알아내기엔 이보다 좋은 게 없을 것 같다. ‘블루베리 스무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억양 없이 말한다면 서울 및 수도권 출신. ‘블’에서 밑으로, ‘루’에서 ‘베’까지 올린다면 부산을 비롯한 경상도 출신. 난 그중에 후자다. 억양이 역동적인 부산인.
초면인 사람을 보면 토종 부산인이라고 소개는 하지만 사실 부산에서의 기억이 거의 없다. 5학년(12살) 때 제주로 와 그때부터 살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는 것 같지만, 어렸을 때는 아파트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조금은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모든 게 참 커 보이고 신기해 보였는데, 조금 나이를 먹으니 지금의 부산은 내가 알고 있던 곳과는 너무 달라졌다.
어렸을 때는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서 나이 비슷한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어 놀았다. 아파트엔 놀이터가 세 개 있는데, 하나는 바다 놀이터라고 불렸고, 다른 건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 중 하나는 지하 1층으로 가는 계단 옆에 있는 광장에 있었는데, 어렸을 때 아파트 행사 중 거기에서 놀다가 발을 헛디뎌 떨어진 경험이 있다. 그때의 충격이 큰 탓일까? 트라우마가 생겨 즐겨 찾지는 않는 곳이었다.
떨어짐 사고 외에 그 놀이터에서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게 있는데 그건 바로 싸움이다. 한 살 차이 나는 동네 오빠가 우리 언니의 레이저 총 장난감을 고장낸 것이다. 2살 때 돌잡이로 마이크를 잡은 나는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목청이 아주 좋았는데, 그땐 특히나 꽥꽥거리던 목소리가 꽤 우렁찼다. 어쨌든, 그때 나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화가 엄청 많이 나, 한 살 차이 나는 그 오빠에게 매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네가↘↗ 우리↘↗ 언니↗↘ 레이저↘↗↘ 망가뜨렸지↘↗↗↘↘!”
라고 아파트 전체에 내 목소리가 울리도록 아주 크게 말이다. 그 사건 이후로 그 장난감은 내 것이 되었다. 소리를 지를 때 옆에서 언니가 아주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때 아마 내가 그 레이저 총을 얼마나 좋아했는데 알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일련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성격이 살짝 불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인지 말도 조금 크고 날카롭게 한다. 하지만 그건 성격 반, 사투리 반이라 그렇다. 부산 사투리는 억양이 굉장히 역동적이어서, 그냥 평상시처럼 얘기하고 있어도 주변에서는
“싸우는 거 아니지?”
라고, 많이 물어본다. 당연히 싸우는 게 아니다. 그렇게 들리는 것일 뿐.
아무리 이런 오해가 생겨도 나는 사투리를 절대로 고칠 생각이 없다. 사투리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나의 집, 부산을 소중하게 여기게끔 해주는 매개체이다. 나한테 사투리가 묻어나는 것 자체가, 내가 부산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