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아니었어?

21세기 10대들의 사고, 친구: 동생 '다'의 이야기

by 림다림다

5살엔 한창 밖에 나가서 이웃집 언니, 오빠, 동생들과 노는 걸 좋아했었는데, 그땐 모두 자전거가 필수 항목이었다. 그래서 나도 자전거가 하나 있었다. 자부심을 쥐여주는 쨍한 분홍 자전거. 지금은 우리 집에 없는 자전거. 이땐 자전거를 타는 게 내 취미였고, 행복 그 자체였다.


“다야, 밖에 나가서 놀래?”


“자전거 타도 돼?”


“그러고 싶으면 그러자.”


“응!”


평소와 다름없이 엄마 손을 잡고 놀이터를 향한 날, 물론 분홍 자전거는 함께였다. 근데 오늘은 뭔가 달랐다. 보통 부모님은 부모님끼리 앉아 계시는데, 엄마만 있고, 아무도 없었다. 엄마가 자전거 타면서 놀아라고 하셨다. 나는 할 수 없이 나의 소중했던 자전거를 끌고 아파트를 돌았다. 먼저 간 곳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빨간빛 폴리우레탄 도로. 이 도로는 우리 아파트에 있는 큰 놀이터 두 개를 둘러싸고 있어, 여기를 계속 돌면 아파트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한 바퀴를 돌았다. 이제는 두 바퀴째. 또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어라? 오늘은 이상하게도 놀러 나오는 친구들이 없었다. 곧 나오지 않을까 라는 심정으로 몇 바퀴를 더 돌았다. 근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30분동안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누빈것이다. 5살의 체력은 끊임이 없었지만, 지루함은 아니였기에, 그냥 그만 놀고 엄마한테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좀 더 놀고 오지, 왜 벌써 왔어?”


꽤 놀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는 나에게 좀 더 놀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너무 지루했던 나는 별로 놀 생각이 없어서 엄마의 말은 들은 체 만 체하며 건성으로 대답하고, 저 멀리에 보이는 갈색 나무 벤치에 자전거를 기대게 둔 채 앉았다. 등받이에서 가끔 개미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아 조심조심하면서 엄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엥? 아까는 못 봤던 모르는 아주머니가 엄마 앞에 앉아계셨다. 두 사람은 뭔가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나누고 있어서 나는 다시 자전거를 세워 벤치에서 일어나 아파트를 돌러 갔다.


두 바퀴쯤 다 돌았을 때, 놀이터 쪽에 파란색 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이가 보였다. 이때는 상당한 외향적 인간이었던 탓에, 자전거를 빨리 몰아 그 친구를 따라잡았다.


“너도 자전거 타?”


그러자 그 친구는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랑 친구 할래?”


같이 놀자는 말보다 친구 하자는 말이 먼저 나왔다. 좀 이상한 흐름이긴 했지만, 다행히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부터 우리의 우정은 시작되었다. 뒤늦게 통성명했고 같이 자전거를 타며 아파트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우리 아파트 중앙 광장에는 아주 큰 석상이 있어, 그 주변을 자전거를 타며 뱅글뱅글 돌아다녔다. 그러다 서로 엄마한테 돌아가자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놀고 싶어서 석상에 들어가서 놀자고 했다. 그 석상에는 밑쪽 중앙에 좁디좁은 길이 있는데, 이 길은 어린아이만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좁았다. 우리는 자전거를 가까이에 눕혀두고, 거기서 잠시 놀다가 우리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15분 정도를 거기서 때운 후 엄마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시간이 많이 늦어 하늘을 보니 분홍과 파랑으로 물든 예쁜 노을이 있어, 근처 벤치에 잠시 앉아서 그 친구와 하늘을 감상했다. 노을을 감상한 후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갔다. 엄마가 눈에 보이는 순간 바로 엄마를 불렀는데, 갑자기 처음 보는 그 이모가 나랑 그 아이를 보더니 놀란 듯이 말하셨다.


“어, 둘이 같이 왔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일인지 몰랐다. 어리둥절한 상태로 생각에 잠긴 나를 엄마가 보시더니 말씀해 주셨다. 오늘 사귄 친구가 이모의 딸이라고. 나는 이때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우리는 운명인가 보다 싶었다. 그래서 좀 더 신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사이가 좋은 12년 지기 절친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나랑 얘 12년 지기다?”


라고 하면 친구들은 대부분


“그렇게나 오래?”


라고 한다.


“우리 5살때 자전거 타다가 친구 됐어! 그냥 이 정도면 절친이 될 운명이 아닐까?”


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는 정정해야겠다. 몇 년 전에 엄마한테 나랑 그 친구의 우정에 대해 떠들었던 때가 있었다. 신나게 떠들던 그때, 엄마가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아, 내가 아직 말 안 해줬나? 그때 너랑 OO이 둘이 또래 친구 만들어주려고 같은 시간에 자전거 끌고 나간 거야.”

사실 이건 모두 계획된 우정이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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