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재능

by 리메

나는 내가 가진 능력을 좀 하찮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관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라 여기고 나 자신을 업신여기곤 했다. 대단한 재능을 타고난 것 같지도 않다고 말이다.

전 세계 누가 들어도 감동받을법한 대단한 목소리도 아니고, 눈 감고도 맛을 다 느낄 수 있을 만큼 예민한 미각을 가지지도 못했다. 뭘 하든지 곧잘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그러니 그 누가 내게 칭찬을 해도 ‘나 정도는 누구나 해.’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나는 무슨 일이든 무난하게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눈에 띄게 대단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고민하고 있는 내게 누군가 말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제일 큰 재능이야.”

내가 느끼는 애매한 재능이란 게, 애매한 노력에서 오는 결과라는 것이다.

이마를 탁 쳤다. 나는 뭐든 끝까지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운동도 숨이 턱끝까지 찰 만큼 하지 않고, 뭐든 고통의 직전까지 하다가 그만두곤 했다. 나에겐 항상 이유가 많고 모든 게 핑곗거리였다.

열심히 하는 것에는 도통 재능이 없는 것 같은 내게 그럼 어떤 다른 재능이 있을까 고민해야만 했다. 내가 나의 재능을 찾지 못하면 나는 더 이상 무슨 힘으로 살 수 있을까?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나의 재능을 나 스스로 찾아낼 수 있어야만 했다.







“엇, 난 뭔가가 계속하고 싶은 재능을 가졌네?”


그렇다. 나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진 않는 대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재능이 있는 것이다. 덕분에 뭐든 평균치보다는 나은 능력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뭐 하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계속하고 싶다. 누구보다 내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 영상을 만들거나, 음악을 만들거나, 커피를 내리거나, 글을 쓰거나 하며 보낼 수 있는 이 하루가 나에겐 즐거운 시간이 된다.


내가 주위를 살펴보니 세상은 꼭 무언가를 깊이 있게 해야지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 같은 이상한 재능으로도 잘 살 수 있다. 잘 산다는 것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것을 꼭 경제적인 기준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우리가 노동 외의 시간을 어떻게 채울 것 이냐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시간을 잘 채우는 것이야말로 나의 재능을 표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단이 아닐까?

해서, 내가 찾아낸 나의 이 새로운 재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한걸음 더 나아가 더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

한마디로, 이것저것 끊임없이 해보겠다는 말이다.




또한 내가 생각했던 ‘애매한 재능’이라는 것이 사실 나의 좁은 시야에서 나온 생각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되었다.

‘누군 뭘로 유명하고, 누군 뭘로 돈을 벌고…’

그렇게 남을 기준으로 두니 내가 애매해져 버린 것이다. 그러니 다시 생각하자. 빌보트차트에서 1등을 하지 못했다고 내가 재능이 없다는 생각은 이제 그만두자. 나는 인기가 없는 것을 소재로 삼을 수 있는 나만의 재능이 있는 사람이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대신 나에겐 그 무엇에도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그 덕분에 나는 무엇이든 즐겁게 할 수 있다.



흥미가 생기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재밌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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