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낸다며 과감하게 그만둔 아르바이트가 아쉬워졌다. 또다시 생계의 전선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나는 내가 썩 인기 많은 뮤지션이 될 줄 알았다. 음악도 좋고, 혹독한 다이어트 후라 외모도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팬을 모으는 것에 실패한 내가 또다시 망원동 어딘가의 일터로 향하게 될 것임이 자명한 일이었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향에 내려와 있었다. 언젠가 내 음악이 역주행이라도 하는 날엔 언제든지 다시 서울로 올라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일터로 향했다.
최저시급을 받는 카페 아르바이트를 오래도 했다. 음악만 해오던 나에게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래도 여러 곳에서 일한 경력이 꽤 되어 고향에서도 일을 구할 수 있었다. 커피를 만드는 능력이 없었다면 나는 하마터면 굶어 죽을 뻔했다. 수많은 경험들 중 그나마 나를 먹고살 수 있게 해 주는 카페 일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년 정도 지나니 자꾸만 안 좋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내 이 끝없는 창작에 대한 갈증들.
이 병은 한마디로 '예술가 병'이다. ‘예술가로 살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다!’라며 그 병을 이기지 못한 나는 끝내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돈을 번다고 신나게 긁어댄 카드값이 내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