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앨범이 처참히 망했음을 인정한다. 앨범이 나와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주변의 말을 좀 더 귀담아 들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정말이지 앨범이 나오기만 하면 내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냉정한 세상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고, 나의 음악을 제일 즐겨 듣는 청자는 바로 내가 되었다.
심심하면 내 이름을 검색해 보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써 주지 않았다. 멜론 소개란에 몇 줄 적힌 지인들의 글이 전부였으니 그마저도 너무 소중해 어쩐지 초라해졌다.
나는 상처받은 어린양이 되어 시름시름 앓아가면서도 ‘내가 나의 최고의 팬이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좋은 음악을 왜 듣지 않는지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좋은데 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는 나에게 계약해지를 요구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인 것 같아 수긍하고 사인을 했다. 그렇게 나는 자유의 몸이 되었고 내게 남은 CD는 나의 전리품이 되었다.
내 방에 덩그러니 꽂혀있는 한 장의 CD가 내 인생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입이 씁쓸해졌다. 내가 모르는 어느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쓰임 받길 원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고, 내가 지금 이 방에 홀로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다. 나는 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내 음악이 제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