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Sep 26. 2023

네 생각


책상에 앉아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시선이 닿는 곳에 작은 서랍장과 식물을 놓아두었어.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둬서 그런지 볼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 그나저나 이상하게 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는 게 반대편보다 편안하더라. 그거 알아? 둘이서 나란히 걸을 때 내가 항상 오른쪽에 서 있었다는 거?


언젠가부터 난 왼쪽으로 바라봐야지만 마음의 안정이 오곤 했어. 내 오른쪽 어깨에 누군가 있다면 너무 어색해서 불편해져. 그래서 상대방도 그런 규칙 같은 게 있다면, 거기다 왼쪽이 편안한 상태라면 나는 너무 반가워. 주파수가 맞는 사람처럼 느껴져서. 만약 네가 나랑 같은 자리에 와야지 마음이 편한 사람이었다면 우린 친구가 되지 못했을 거야. 그 수많은 걸음들이 모두 불편했을 테니.

눈치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너도 왼쪽이 편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서로가 별 불만이 없었으니 우린 잘 맞는 사람 인가 봐. 다행이야 정말.


왼쪽에 너를 두고 걷고 싶어. 고개를 돌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너의 입술을 유심히 살피며 맞장구도 치고 웃고 싶어. 그런 생각이 드니 쓸쓸해져 괜히 서랍장 위에 놓인 모래시계를 거꾸로 돌려봐.

3분이야. 딱 3분만 네 생각을 하고 나는 다시 내 할 일을 해야겠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무심하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