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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Sep 25. 2023

무심하게


항상 좋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을게. 내가 볼 때는 좋고, 나를 볼 때는 조금 귀찮아. 날 봐주는 걸 감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종종 어깨가 무거워. 나 살기도 벅찬데 얘까지 돌봐야 한다니. 아무래도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온 것 같아. 이젠 어쩔 수가 없네. 그냥 한집에서 나는 나대로, 얘는 얘대로, 가끔 눈 마주치면 아는 척이나 좀 해주고 그렇게 지내려고.


우린 서로가 당연하다는 듯 행동해. 사실 당연한 건 없다는 걸 난 알지만 얜 모르는 것 같아. 어쩌면 다행일까. 그냥 내 존재가 너무 당연해서 내게 무심했으면 하거든. 14년이니 그럴 만도 하지 않아?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냥 언제나 내가 곁에 있는 게 당연한 뻔뻔하고 콧대 높은 고양이로 살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를 밟고 지나가더니 발 밑에 자리 잡고 누워있네. 나도 조용히 낮잠이나 한숨 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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