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매일매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Nov 27. 2023

망했다고 생각될 때

 요즘 내 이름인 리메와 스페이스를 합쳐 '림슾(rimsp)'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이 이름으로 인스타그램 계정을 하나 운영 중이다. 릴스를 위주로 업로드하고 있는데 처음엔 뭘 할지 고민이 돼 여러 시도를 해 보았고, 결국은 커피계정이 되어가는 듯하다.

 

지난주 연달아 6개의 릴스를 올리고 아이디어가 고갈됨을 느꼈고, 마침 주말이고 약속도 생겨서 '하루만 쉬어볼까 ' 하고 쉬었는데 그게 이틀이 되었다. 오늘은 무언가를 찍어보려 운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재료를 사서 들어왔다. 그런데 왜 이렇게 몸이 무거운지... 더군다나 날씨까지 흐려 뭘 찍어도 예쁘게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마음속으로 하지 못하는 핑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국 타협을 본 것이 오늘은 미리 준비한 재료로 만드는 릴스가 아닌, 그냥 집에 있는 우유로 플랫 화이트를 만들어 간단히 사진으로 업로드하기로 마음먹은 것. 

그런데 꼬여도 너무 꼬인다. 라테아트를 망해버렸다. 요즘 손이 갈수록 말을 안 들어서 모양이 너무 이상해 도저히 사진을 찍을만한 상태가 아니었다. 


'미치겠네...!' 


한번 더 만들려니 우유가 동이 났다. 다시 사러 나가는 건 도저히 못하겠다. 




인스타그램 콘텐츠도 매일 하나씩 올리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고 그런 와중에도 배는 고프다.

식빵 한 조각을 구워 잼을 발라 접시에 담았다. 운동 후 단백질이고 뭐고 그럴 정신이 없으니까. 

화를 낸 것이 무색하게도 커피와 토스트는 맛있다. 




'그래.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인스타그램이 뭐라고 화까지 내야 할 일인가 싶어 마음을 가다듬고 접시와 컵을 치우는데,


'엇!?'


망한 모양의 라테아트가 잔 바닥에 쏙 들어가 너무 귀여운 형상을 하고 있었다. 곧장 카메라를 가져와 부감샷을 하나 남겼다.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창작물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기도, 가라앉기도 한다. 내가 상상하고 예상하는 것만으로 한계를 지으면 새로운 작품은 절대 만들어질 수 없다. 그러니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은 여기에도 해당되는 말이라는 것. 


불과 조금 전까지 다 망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장면을 마주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나는 오늘 무사히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