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 하든 소위 장비빨을 세우는 스타일이다. 영상을 찍는다고 고가의 카메라를 구입하고, 편집을 위해 아이패드 프로 512G를 구매했다. 음악을 좋게 들으려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구입하고, 거기다 얼마 전엔 소니 무선 헤드폰도 구입했다.
잘 밝히진 않지만 나는 음악을 전공했다. 그중에서도 노래를 부르는 보컬이다. 별 인기 없는 무명에 가까운 뮤지션이지만 아직까지 그 꿈을 놓지 못해 노래를 부르고 작업을 한다. 그 와중에 기타를 치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 얼마 전 기타를 구입했다. 그것도 아주 예쁜.
예쁜 물건은 나를 기분 좋게 한다. 예쁜 물건을 쓴다는 사실만으로도 들뜨고 또 그 물건을 더 열심히 쓰려 노력한다. 몰스킨 노트와 만년필을 쓰고 싶어서 모닝페이지를 쓰는 것처럼.
기타 얘기로 돌아가자면 사실 연습을 조금 등한시 하고 있었는데 내 성향을 너무 잘 아는 동거인이 나의 연습을 독려하기 위해 예쁜 스트랩을 선물했다. 그게 오늘 도착했고 나는 신이 나서 사진도 찍고, 연습도 했다. 스트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언제나 강조하는 것이 있는데, 장비를 가지면 나는 그것을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기타를 가짐으로 나는 기타를 치는 사람이 된 것은 누가 봐도 사실이니까.
그리고 언제나 더 좋은 물건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외관은 정말 중요하다. 물건은 예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게 보면 나에게 장비빨이란 '예쁜 것'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래서 나의 카메라도, 나의 아이패드도, 나의 스피커도, 나의 헤드폰도, 나의 기타도, 심지어 매일 일기를 쓰는 노트에 만년필 까지도 예쁜 것을 사용한다. 누구는 사치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에 반해 나의 부모님은 뭐든 기능성을 따진다. 이불은 촉감은 좋지만 알록달록하고 그 침대 옆 수납장은 캠핑용으로나 쓸법한 것을 가져다 놓았다. 그렇다고 그 물건들이 내 기준 저렴하냐, 그것도 아니다. 적당한 값의 물건을 사는데 왜 그런 외관을 선택하는지 이해가 안 되다 못해 쳐다보고 있으면 속이 답답한 지경이다. 내가 골라주면 되겠지 싶어 시도해 봤지만 매번 내가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인 데다 내 말을 듣지 않으신다. 나의 부모님 기준에 장비빨이란 그런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장비빨이란 기준이 다 다르다.
어떤 이는 내가 너무 과한 물건을, 또는 비싼 물건을 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불필요한 물건을 자제하고,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을 꼼꼼히 따져서 제대로 구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이 내 삶의 질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면 그것은 분명 가치가 있다.
장비빨 세우면 기분이 조크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