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PT 수업을 들으며 운동을 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고된 운동을 거의 매일 하고 있는데 식단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인지 결과가 어째 영 시원찮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사람마다 효과가 나오는 때가 다르다며 다음 달은 분명 눈에 띄는 성과가 있을 거라 격려해 주셨다. 애증의 인바디...
내 유구한 다이어트 역사를 여기서 나열하지는 않겠다만, 3년 정도의 시간 동안 20kg이 늘었고 지금 그것을 돌려놓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란 것 정도만 밝힌다.
나의 다이어트의 주적은 한식이다. 먹는 것에 유난히 진심인 엄마를 둔 덕분에 나는 어릴 적부터 제철 음식, 제철 과일을 항상 먹었고, 거기에 탄수화물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어서 내가 청소년 비만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항상 생각해 왔다. 누구는 이렇게 먹어도 괜찮겠지만 내 몸이 한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많은 시도 끝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토종 한국인이다. 어릴 적부터 먹어온 한식을 너무 좋아한다. 찰진 밥을 김에 싸 먹고, 따끈한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김치는 매콤, 시원, 아삭하니 너무 맛있다. 맛있어서 문제라면 문제다. 양 조절이 안되니까.
나는 한식을 먹지 않았을 때 제일 날씬했다. 그 기억이 있으니 먹을 땐 맛은 좋지만 다 먹고 난 후엔 씁쓸한 감정이 남는다. 그래서 운동을 다니고부터 엄마밥을 먹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항상 짠 음식이 먹고 싶다.
'아이원트솔트............'
허공을 보며 중얼거리기를 며칠. 안 되겠다, 오늘은 반드시 소금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겠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엄마집에 가본다.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를 열고 살피는데 다행히 밥이 있다. 반찬도 몇 가지 있다.
꼬막무침, 진미채, 배추김치, 깍두기김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밥을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김을 가져와 뜯는 손이 바쁘다.
'띵동'
1분 20초 동안 돌아간 전자레인지가 멈췄고, 부리나케 밥을 꺼내어 식탁에 앉는다.
제일 먼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한 숟가락 떠서 김에 싸 한입에 앙 넣는다. 고소함 더하기 고소함. 스타터로 이만한 게 없다. 이제 차례로 반찬을 맛보고 밥 한 숟가락에 반찬 한 가지씩을 먹는다. 맛있게 먹다 보니 밥이 금방 동났다. 한 그릇 더? 아니다. 여기서 참지 않으면 오늘 한 운동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적당히 하자 적당히. 아쉽게도 나의 한식파티는 이렇게 끝이 났다.
집에 돌아오는 길. 어째서인지 어깨가 덩실덩실 춤을 춘다. 옆에서 하는 말이 다 재밌어서 웃음이 난다.
날 보던 동거인이 말한다.
"너 또 탄수화물 먹어서 기분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