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적응되지 않는 영국의 교육 스타일
[ 영국의 대학교마다 교육 스타일이 다를 수 있으며 저의 짧은 경험에 밑바탕해서 쓴 느낌과 견해입니다.]
-
본격적인 석사 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영국의 스타일과 회화(?)를 늘려보자는 정말 일차원적인 생각으로 등록한 프리세셔널은 내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어느 정도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시되고 토론하는 걸 즐겨하는 나라라는 건 알았지만 내가 경험했던 한국식 교육방식과는 달랐다.
'너네 중국에서 배우던 방식은 완전히 버려.'
중국인이 많아서 아예 대부분의 모든 학생들은 중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 선생님의 말에 ( 실제로 이 수업에서 한국인은 나 혼자) 중국 친구들도 나처럼 수업 방식이 뭐가 그게 크리 다르겠냐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글에 담은것처럼 어마 무시하고 어려워서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말 그대로 정말 적응이 안 되는 스타일이었다. 프리세셔널은 이제 본격적인 석사 수업의 미니버전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참여하라는 말에 앞으로의 수업스타일은 상상하지 못한 채 싱글벙글 웃고만 있었다.
-
1. 왜?라는 질문세례를 받으며 그에 대답할 줄 알아야 한다.
1주 차는 '생각'과 '비판적 사고'는 뭐가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문을 읽고 저널을 읽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국처럼 그냥 논문 읽고 요약본 리포트를 제출하면 얼마나 좋으련만, 그게 아니라 요약본에 덧붙여 내가 이 학자들의 의견에 반박할 포인트를 찾고 내 의견을 덧붙여야 했다. 이것까지도 혼자 알아서 시간을 많이 투자해 에세이를 쓰는 거라지만 수업은 정말 '왜?'라는 질문에 연속이었다. 뭐라도 말해야겠다 싶어서 튜터의 간단한 질문에 대답을 하면 어김없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게 너의 어떤 경험과 연관 지어지는데? 어떻게 연결되는 건데 이 질문에?...'등등 정말 왜 에서 시작해서 아주 끝을 보려고 하는 수업 같다. 거기다 한 수업에 15-18명 정도여서 이 친구들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느낌을 받으면 영국의 쌀쌀한 날씨에도 얼굴이 아주 붉어진다. 지금은 수업이 9시면 5시에 일어나서 수업을 예습한다. 이 짓을 얼마나 더 유지할지는 모르겠지만 준비를 안 하면 수업에서 할 말이 없기때문이다.가만히 앉아있으면 튜터가 아주 못마땅하게 물어본다. 너 괜찮냐고. 그래서 예상 질문을 준비하고 수업 자료를 읽느라 준비하기 위한 새벽 5시부터 8시가 아주 빠르게 간다.
2.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
다른 그룹 클래스 튜터의 스타일을 들어보니 이건 가르치는 방식에 따라 다른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생각하고 말한 깊은 수준의 대답을 공유하길 원해서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한 번도 이 문제에 대해 10분 정도 집중적으로 생각하고 각자의 의견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갖자 -라는 식의 수업방식을 들어본 적이 없다. 1 회차당 2시간씩 진행되는 시간에서 거의 명상시간에 가까운 삼분의 일 시간을 생각할 시간으로 쓴다. 조용한 분위기일 때도 서로 토론해서 자기의 생각을 깨달아보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다. 이 생각 의자... 같은 인고의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왜'라는 질문의 연속.
3. 세미나
이건 영국에 도착하기 전에 석사 타임테이블 스케줄에서 '세미나'가 상당히 많은 것을 보고 어느 정도 인지했던 부분이다. 다만, 어떻게 진행됐는지가 궁금했는데 여기 와서 아주 잠깐 수업스타일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석사 생활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했다. ( 어느 순간에는 눈 앞이 안 아득했졌으면..)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들도 에세이보다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이 세미나 부분이라 했다. 세미나는 정해진 논문이나 이 외 자료를 읽고 이 외의 자료로 자신의 의견과 궁금점, 토론하고 싶은 포인트를 준비한 다음 클래스메이트들, 교수님과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중국 친구들과 나는 전형적인 동양 영어교육의 폐해자. 리딩과 라이팅에 비해 현저히 딸리는 스피킹으로 30분 동안 ( 이 수업에서는 30분으로 그냥 정했다.) 이야기하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인지 전날 대본처럼 까마득히 준비한 친구들의 페이퍼를 보면서 뭔지 모를 동지애를 느꼈다. 거기다 세미나 피드백을 하고 우리의 세미나를 다시 반성해보는 시간도 가져야 했기 때문에 8명이 세미나를 하려고 테이블에 둥글게 앉으면 나머지 8명이 그 둘레에 따라 앉아서 얘네가 잘 세미나를 이끌어가는지 관찰하는 시간도 가졌다. 튜터가 갑자기 나에게 '네가 세미나 진행자 하면 되겠다.'라는 뜬금포 선언 때문에 얼떨결에 모두 꾹 다문 입을 열게 하느라 힘들었다. 계속 '너는 어떻게 생각해? 더 덧붙일 의견 없어?'라고 물었던 30분. 영국에 오기 전에 회화 연습을 더 열심히 할껄하는 후회가 들었다.
4. 레퍼런스
프리세셔널 에세이여도 석사 수업의 축소본이기 때문에 영국 사람들이 절대! 완전! 중요시하는 출처 밝히기도 우리나라와 달랐던 부분이다. 물론, 한국에서 다녔던 대학교도 이에 엄청 예민해하시는 (당연한 거다) 교수님이 계셨는데 졸업할 때까지 이를 안 지켰다고 점수를 깎는 교수님은 단 한명만 봤었다. 이미지는 어떻게 출처 표시하고 학과마다 다른 레퍼런스 스타일이 있고 학교마다 또 다르고 온라인 저널과 그냥 책 저널 출처 표시도 다르고 저자가 3명 이상이면 이렇게 해야 하고... 등등 이 부분이 지금 배우는 부분 중에 제일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튜터가 수없이 강조하고 구체적인 방법론을 가르쳐주셨기 때문에. 학교마다 레퍼런스 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 같은 페이지가 따로 있다.
5. 질문 + 적극성 필요
앞서 말했듯이 1주 차에는 '비판적 사고'에 대해서 배웠다. 그냥 옷 뭐 입지, 뭐 먹지 같은 일차원적인 생각과 '비판적 사고'는 뭐가 다른지에 대해서 오랜 시간 동안 토론하고 논문을 읽었다. 수업에서 인상 깊었던 튜터의 말은 이것이었다. ' 질문을 스스로에게나 친구들에게, 선생님에게 안 하는 사람은 '비판적 사고(생각)'을 안 하는 사람이야. 근데 비판적 사고를 안 하면 너네 석사 수업 따라가기 힘들어.' 이 말을 하도 수업 중간중간에 강조해서 뭔가 얼떨결에 나 스스로 질문이 많아진 사람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수줍고 민망했지만 한 번 질문의 물꼬를 트니 이제 수업시간에 '질문 없어?'이러면 튜터가 나부터 쳐다본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정확히 질문하고 넘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튜터가 나에게 '왜?'라고 물어본 것처럼 나도 튜터에게 '왜?'라는 질문을 하면 그 과정 속에서 답을 스스로 찾기 때문이다.
아직은 나도 영국에 적응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다른 수업의 스타일은 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수업에서 친해진 친구가 '사실 난 수업이나 세미나나 다른 부분을 모르겠어. 어차피 계속 말하잖아! 질문하고! 대답하고! 수업이 세미나고 세미나가 수업이야!'라고 툴툴거린다. 생각해보니 맞다고 나도 웃어버렸다. 영국 석사를 준비하는 첫 시작이 아이엘츠 영어시험인데 그때 답안을 줄줄 외워서 봤던 스피킹 파트와는 차원이 달랐다. 왜냐면 오늘 난 철학자 하이데거의 논문을 읽고 그에 대해서 내일 토론해야 하니깐. IELTS(아이엘츠)에선 그런거 안 물어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