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적응이 준 여유라는 선물
태오는 잘 적응했다. 나는 출산부터 이어져 온 몇 개월간의 소용돌이 속에서 처음으로 여유를 찾았다. 내향적인 나에게 ‘여유’는 단순히 쉼을 넘어, 존재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오가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면서, 아빠의 소식을 들어도 엄마의 울먹이는 목소리를 들어도 내가 조금 더 강인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잘 서있는 것. 모두를 더 잘 사랑하기 위해 내가 잘 서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아빠의 소식은 항상 쉽지 않다. 죽음이 이렇게 가깝게 다가오는 건 처음이기 때문이겠지. 죽음 앞에서 아빠가 변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 옆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21년, 결혼 후 몇개월이 지났을때 아빠는 암 판정을 받았다. 희망을 가졌다가 좌절하고를 반복했고, 우리 가족은 지쳐갔다. 받아들여야함을, 그리고 아빠를 위해 가장 좋은 것을 줄 수 있기를, 아빠를 정말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기도해야겠다면서도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무너지기 일수였다.
잘 적응해주는 태오 덕분에 내가 더 건강해지고 있구나. 엄마와 아빠를 더 구체적이고 섬세하게 사랑하고 싶다. 태오가 선물해준 여유 덕분이다. 태오야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