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와 전문가의 기로에서
복직을 했다. 회사에 오니 오래 잊고 있던 느낌이 몰아친다. 그 느낌은 나 자신이 뒤쳐지진 않을까,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네가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육아휴직 전 대표님과 나눈 대화에서, 실은 상처를 꽤나 받았음에도 그동안 그렇지 않은 척했다. ‘빨리 복직하지 않으면’이라는 말로 시작한 대표님의 말은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나와 다른 사람의 비교로 이어졌다. 대표님 말처럼 육아로 길게 쉬고 나면 나는 잊힐지도 모른다.
전문가.
회사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는 전문가다. 첫 주간회의에도 전문가가 되기 위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일에 대한 몰입과 시간 투자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9년간 컨설팅에 몸 담고 밤샘 근무를 해오면서 높은 업무 강도에는 익숙해졌지만, 이제 나에게는 아이와 사랑하는 가족이 있다. 워커홀릭이었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일이 아니다. 멋진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 내게 더 중요해졌다.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의 이 행복을 빼앗는다면, 나는 이 길을 포기하겠다. 아이와 함께 한 10개월 동안 명확해진 것이 있다면,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이 아이의 엄마이고 평생 아이를 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할 것이라는 것이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멋진 엄마’는? 내 아이가 지금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내면의 껍데기가 두꺼워지는 것은 사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강해 보이고 무시받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여유를 갖는 것. 나만의 호흡으로,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며, 또 내 일도 즐길 줄 아는 ‘멋진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