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울 3
나는 이상하게
싸움이 끝난 뒤에 더 지친다.
소리를 낸 건 그들이고,
거친 말을 한 것도 그들인데
왜 나는 혼자 오래 남아 있을까.
그들은 자기감정을 다 쏟아냈다.
자존심을 세웠고,
상대의 약점을 건드렸고,
내일 다시 볼 사람이라는 걸 잊은 것처럼 말했다.
필터가 없다.
남이 상처 받든 말든
그 순간의 감정이 먼저다.
그리고 끝이다.
어떤 사람은 그날 이후
아예 등을 돌린다.
인연을 가볍게 정리한다.
어떤 사람은
회사까지 그만둔다.
그 말들이 남는다는 걸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지만 상관없는 걸까?
나는 그게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한다.
이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느낄지.
내가 어떻게 보일지.
나는 필터를 건다.
셀카에 필터는
본연의 외면을 완전히 보여주진 못해도
적어도 예쁘기라도 하다.
그런데
필터 없는 말은 다르다.
솔직함은 매우 좋은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쓰냐에 따라
솔직함을 넘어
무기가 된다.
나는 그 무기를 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거른다.
그래서 고친다.
그래서 부드럽게 말한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넌 왜 중립이야.”
“넌 왜 내 편을 안 들어.”
나는 욕하지 않았고
소리치지도 않았는데
왜 나는 항상 설명해야 하는 사람이 될까.
왜 저들은 감정을 던지고 끝내고
왜 나는 그 감정의 파편을 정리하고 있을까.
나는 분명
거절 못 하는 사람도 아니다.
싫으면 싫다고 말한다.
나는 취향도 분명하다.
좋아하는 것도 또렷하다.
나는 흐릿한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관계 앞에만 서면
나는 자꾸 남을 먼저 생각한다.
그게 배려일까.
아니면 두려움일까.
나는 공평한 사람일까.
아니면
나는 공평한 사람이 아니라,
감정의 뒷정리를 맡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무기를 던지고 지나가고
나는 그 자리에 남는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마다
조금 낯설어진다.
나는 나를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