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긴 등 / 낯선 눈빛

전생 연분 6

by 신비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연서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허리춤에 단 옥노리개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은은히 흔들렸다.


너를 닮았다 하셨지…


그 말을 떠올리자

괜히 가슴이 간질거렸다.


거울 앞에 서서 노리개를 매만지다

빙그르르 한 바퀴 돌았다.


“히히”


치맛자락이 사르르 흩어졌다.


연서는 연서하다.


이영도… 이영하다.


말끝이 스스로도 민망했던지

연서의 볼이 옅게 붉어졌다.


단이가 웃음을 삼켰다.


아씨, 오늘은 유난히 기분이 좋으신 듯합니다.


그런가.


연서는 괜히 소매를 펼쳐 보였다.


정말 어울리는 것이냐.


예. 눈이 부십니다요.


평소에 아끼던 노리개를 단이에게 줬다.


이건 너 가지도록 해.


단이는 너무 기뻐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러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저잣거리에서의 순간이 떠올랐다.


이현을 마주친 찰나,


이영의 손이 자신을 뒤로 물리던 장면.


그 단단한 손.


자신을 숨기듯 세운 등.


그리고


차갑게 식어 있던 눈빛.


집에 가서 기다려라.


짧고 단호한 음성.


연서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왜였을까.


왜 그리 급히 돌려보냈는지.

그 무례한 사내의 눈빛도 이상하였다.


처음 만났을 때처럼 거칠지도 않았고,

웃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는 듯하면서도,

이영을 보는 듯한 시선.


둘은… 무슨 사이이옵니까.


낮게 중얼거렸다.

설렘과 의문이 뒤섞여

마음이 복잡하였다.


그럼에도.


문밖을 힐끗 보며

이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시각.

이영 또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저잣거리의 소란은 이미 멀어졌으나

가슴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형의 앞에서

그토록 단정히 말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러나


말이 먼저 나왔다.


좋아합니다.


짝지라 여기고 있사옵니다.


제 자신보다 아끼는 여인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영은 잠시 눈을 감았다.


어찌하여 그리 까지 단호해졌는지

스스로도 분명히 알지 못하였다.


다만.


형의 시선이

연서에게 닿는 순간.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연서를 감추듯 뒤로 세운 것도

의도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하여야 할 것 같았다.


불쾌하였다.

형과 연서가

같은 공간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형이 저잣거리에 나온 이유도

명확히 알지 못하였다.

하나는 분명하였다.


다시는.


다시는 연서와 형이


그리 마주 서는 일 없게 하리라.


이영의 걸음이 멈추었다.


연서는 분명 묻겠지.


오늘의 사내가 누구였는지.

형님을 누구라 하여야 하는가.

잠시 망설였다.


이영은 조용히 숨을 고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현 역시

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의 만남은

전혀 즐겁지 않았다.


자신이 알던 이영은

늘 한 발 물러서 있던 아이였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형 앞에서 더욱 조심하던 아우.


그런데 오늘.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리 단정히 말하였다.


제 여인입니다.


이영의 말을 곱씹는다.


그 눈빛은

자신이 알던 이영이 아니었다.


낯설었다.

반갑지 않았다.


그리고


그 여인이

이영의 곁에 서 있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걸렸다.


처음 자신에게 무례를 범했던 여인.

그 눈빛이 잊히지 않아

오늘 저잣거리에 나선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미

이영의 뒤에 서 있었다.


이현에게는 거칠던 얼굴이,

이영의 품 안에서는

햇볕을 쬔 묘처럼 나른하고 부드러웠다.


내게는 쉬지 않고 맞서던 그 입술이,

이영의 한마디에는

순순히 가라앉는 기색이 마음에 걸렸다.


이현의 걸음이 잠시 느려졌다.


무엇이 그리 불쾌한지

스스로도 분명히 알지 못하였다.


형으로서의 기분인지,

다른 무엇인지.


오늘의 저잣거리는

끝났으나,


세 사람의 마음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