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본 밤

전생연분 7

by 신비

이영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달빛이 등 뒤에서 길게 따라 들어와


방 안에 스며들었다.


문이 닫히자, 방 안에는 숨결만 남은 듯 고요가 내려앉았다.


연서는 고개를 들었다.


오늘 저잣거리에서 뵈었던 그분은… 누구이옵니까, 오라버니.


이영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의 시선이 천천히 내려와 연서를 마주하였다.


대답 대신, 낮게 물었다.


뜰을 잠시 거닐겠느냐.


연서는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방을 나섰다.


마루 끝을 돌아 뜰로 내려서자
달빛이 고요히 마당을 적시고 있었다.


밤공기가 맑았다.

그제야 이영이 입을 열었다.


알지 않아도 될 이다.


짧고 담담하였다.
연서는 더 묻지 않았으나, 눈빛은 거두지 않았다.


이영이 낮게 덧붙였다.


다시는 마주할 일 없을 것이다.


달빛이 그의 옆얼굴을 비추었다.


내가 그리 할 것이다.


설명은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이미 끝난 일처럼 단단하였다.


연서는 한 걸음 다가섰다.


어찌하여 그리 하시는 것이옵니까.


_잠시 고요.


이영이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섰다.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숨이 얕게 스칠 만큼.


연서.


그가 낮게 이름을 불렀다.

달빛 아래, 눈빛이 깊었다.


처음이었다. 너를 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리고 조심스레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너를 오래 보아 왔다.


고요한 음성.


나는 네 곁에 있으려 한다.


말은 조용하였다.



네가 돌아보았을 때,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으로.



달빛이 그의 눈동자에 잔잔히 머물렀다.


그것이 내가 정한 마음이다.


이영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재촉하지 않는 손.
그러나 흔들림 없이 뻗은 손.



그 자리를 내게 허락해 주겠느냐.



연서는 그의 손을 바라보았다.
노리개의 옥빛이 달빛 아래 맑게 떨렸다.


연서는 고개를 들어
바로 앞에 선 그의 눈을 마주하였다.


가까웠다.


연서는 천천히 손을 들어
그의 내민 손 위에 얹었다.




오라버니께서 그리 정하셨다면…


숨이 고르게 흘렀다.



제 마음 또한 그 곁에 두겠사옵니다.



이영의 손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그녀를 감싸 쥐었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그림자가 나란히 겹쳤다.


잠시, 말이 없었다.


연서는 낮게 웃으며 물었다.


이영은… 연서이옵니까?


그 웃음이 달빛 아래 맑게 번졌다.


이영은 대답 대신
그녀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치
눈앞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이처럼 고요하였다.

연서가 살짝 눈을 흘기며 물었다.


왜 그리 빤히 보시옵니까.


이영의 음성이 낮게 내려앉았다.


내 눈으로… 오로지 연서를 담는다.



이 밤이 지나도 잊히지 않도록.


달빛이 그의 눈동자에 맺혀 있었다.

그 밤,


말보다 더 깊은 것이 두 사람 사이에 흘렀다.


회랑 끝, 기둥 그림자 너머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현조판서였다.


한동안 말없이 서 있던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영대군마마를
감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식을 향한 시선에 가벼움이

없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밤,

현조판서의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편안하였다.


달빛 아래,
두 사람의 걸음이 나란히 이어져 있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