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선

나의 거울 6

by 신비

사람은 닮는다고 했다.

사랑해서 닮기도 하고
미워해도 닮는다고.


그 말을 생각하다가
문득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누군가 내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영원한 것이 있냐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세상 모든 어머님의 마음은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 어머님의 마음은
다음 생에서도 얻을 수 없을 것 같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나 봐요.

아무리 잘해도 안되나 봐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다.


그 말이 미움처럼 들리기도 했고

어쩌면 사랑받고 싶다.

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결혼을 하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선을 하나 더 긋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는 부모이고
형제는 형제이고

그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어딘가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된다.


누군가는 말한다.
사람은 잘 들어와야 한다고.


나는 아직도
그 말의 정확한 의미를 잘 모르겠다.


조용히 있으라는 걸까.


괜히 나서지 말라는 걸까.


눈치를 보라는 걸까.


그리고 또 이런 말도 들었다.


쟤랑은 돌아서면 남이지만 우리는 가족이다.


이 말은 이상하게도
늘 같은 방향으로 쓰인다.


가족이라는 말은
누군가에게는 방패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선이 된다.


그 사이에 있는 사람에게는
늘 같은 말이 돌아온다고 했다.


네가 잘해야지.


???


왜 항상
중간에 있는 사람이 더 잘해야 하는 걸까.


왜 혼자 잘해야 하지?


또 이런 말도 들었다.


만약

본인 가족과 새로 들어온 가족 구성원이
싸우는 일이 생기면

자신은 내 가족이 잘못을 했어도
내 가족 편을 들 수밖에 없다고.


그 말은 당연한 말일까.


아니면
이미 선을 긋고 시작하는 말일까.


그럼


새로 들어온 가족은 언제 가족이 되는 걸까.



그리고 이런 말도 들었다.


어느샌가부터 남편이 미워졌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무서워요.

어떤 말과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 가족들은

그래도 시어머니고 어른이니까

그냥 네가 무조건 잘하라고 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무조건.


참 이상한 말이다.


무조건 잘해야 하는 사람.


무조건 참아야 하는 사람.


무조건 이해해야 하는 사람.


서운해하면 안 되는 사람.


그게 가족일까.


아니면 그저


감정 쓰레기통을 하나 더 얻은 걸까.


무조건이라는 말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해를 못 하면

그냥 혼자 예민한 사람으로 만든다고 했다.


물론
모든 가족이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가족은 본가족보다
새로운 가족을 더 따뜻하게 품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말이
핏줄보다 사람을 먼저 두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는 더 궁금해졌다.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어느 날
전화를 걸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내가 할 말이 있는데 지금 같이 있니?”


네.


같이 있으면 나와서 받아라.”


그리고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고 한다.


내가 한 말 하지 마라.


왜일까.



같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일까.



같이 있으면 말할 수 없는 말일까.


또 이런 말도 들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그렇지.

요즘 것들은 싹수가 없어.

예전 같았음 어디서 감히라는 말과 함께


예전에는
눈길도 못 마주쳤다고 했다.


예전 같았으면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서 못 했을 거라고.


그리고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너는 네 엄마한테 그렇게 배웠니?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잠깐 생각했다.


참. 이상한 말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어른으로서 교양이 있는 것이고,

자신의 어머니께 그렇게 배운 것일까?


계속 듣고
참고 닫고 살았으면


그건
인정을 받는 태도였을까.


아니. 절대 인정받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본인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은

더 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본인들도

그 새로운 가족이 되는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딸이었고


그래서 또
누군가의 가족이 되었을 텐데.


자신의 가족이
사랑해서 얻어진 가족이라면
더 존중해야 하는 것 아닐까.


자신들도 기분 나쁜 건 잘 알 텐데,


그런데 왜
말을 가려하지 않을까.


자기 자식 소중하면

남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지.



더 조심하고 존중을 하지 않을까?

상처는 상처로 돌아온다.


근데 나는 제대로 된 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저 들어주고 같이 울어줬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본인들은
거울도 안 보고 사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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