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울 5
사랑은
편해지는 게 아니라
끝까지 말해주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썼다.
그 말을 쓰고 나서
자꾸 이런 생각이 맴돌았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말을 고르게 되었을까.
왜 나는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삼키고,
상대의 표정을 먼저 읽는 사람이 되었을까.
혹시 상처가 될까 봐.
혹시 내가 너무 센 건 아닐까 싶어서.
나는 그걸
배려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
모를 리 없다.
나는 말이 얼마나 오래 남는지 안다.
한 번 들은 말이
아무 일 없는 날에도 떠오르고,
웃고 있는 순간에도
속을 조용히 긁고 지나간다는 걸.
그래서 나는
말을 조심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를 향해
날이 선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내가 제일 싫어했던 그 억양.
그 순간
아이의 표정보다
내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익숙했다.
낯설지 않았다.
나는 멈춰 서서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거울을 본다.
내 얼굴에서
아빠의 눈이 보인다.
부라리고 있는 눈매.
웃을 때의 입매,
화를 삼킬 때 굳는 턱,
말하기 직전의 숨 고르기까지.
사랑해서 닮는 게 아니라
피하려고 했던 것까지
닮고 있었다.
나는 닮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리는
보고 자라고, 보고 배우면서 컸다.
정말
닮지 않을 수 있었을까.
좋은 것만 골라 배우고
싫은 것은 깨끗이 비워낼 수 있었을까.
왜 우리는
좋아하는 것만 닮지 않을까.
왜 그렇게 밀어내려 했던 말투와
감정의 방식까지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어 있을까.
내가 말을 고르게 된 이유도
타인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된 이유도
결국은
그때의 나 때문이었을까.
나는 이제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내가 애써 고친 말일까.
아니면
무심코 흘러나온 습관일까.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남기고 있다.
말 하나.
표정 하나.
미워해도 닮는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끊어내야 할까.
그리고
무엇은 남겨야 할까.
결국 누군가에게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