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기 잘못은 잘 기억하지 않을까

나의 거울 10

by 신비

사람은 이상하게도

자기 잘못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순간은 오래 기억한다.


그날 들었던 말.

그때의 표정.


그 순간의 분위기까지.

생각보다 또렷하게 남는다.


그런데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은 생각보다

빨리 흐릿해진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생긴다.


“그때 너 그렇게 말했잖아.


그러면 돌아오는 말은 생각보다 자주 이렇다.


“내가? 그런 말 안 했는데.”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금도 또렷한 기억인데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일이 된다.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아니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걸까.


가끔 이런 장면도 있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그때 그 말 때문에 좀 상처받았어.”


상대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런 뜻 아니었어.”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의도가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이다.


그래서 대화는

같은 지점을 바라보지 못한 채 어긋나 버린다.


사람은 종종

자기가 했던 말보다

자기가 가졌던 의도를 기억한다.


하지만 듣는 사람은

그 말이 남긴 결과를 기억한다.


그래서 기억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다툼이 생긴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은 조금씩 정리된다.


내가 했던 말은

조금 덜 날카로웠던 것처럼.


내가 했던 행동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처럼.


어느 순간 기억은

조금 다른 이야기로 남는다.


사람은

남의 잘못은 사건으로 기억하고

자신의 잘못은 사정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내가 하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되고


남이 하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조금씩 자기 편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기억은

생각보다 공정하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의 잘못은 오래 기억한다.


그 사람이 했던 말.

그 사람이 보였던 태도.

그 순간의 불편한 감정까지.


하지만 자신의 잘못은

생각보다 빨리 잊어버린다.


어쩌면 이것은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미워하며

평생 살아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억은

조금씩 자기편이 된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본다.


내 기억 속에서는

이미 사라져 버린 어떤 말이


누군가에게는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기억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 사람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정말 우리가 잊어버린 걸까.


아니면

잊어버린 것처럼 정리해 버린 걸까.


어쩌면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덜 보이게

기억 속에 접어두며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억의 어딘가에 누군가의

마음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은


나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남기는
나의 거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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