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움직이는 그림자

전생 연분 14

by 신비

연서를 돌려보낸 뒤에도

이영은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밤은 깊었고

달빛은 조용히 마당 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조금도 고요하지 않았다.


잠시 뒤

어둠 속에서 사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영의 사람이었다.


사내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영대군마마.


이영의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찾아라.


짧은 말이었다.

사내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기다렸다.


이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 연서를 데려가려 한 자들이다.


잠시 정적.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내라.


사내가 깊이 머리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영의 시선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연서의 곁에 사람을 붙여라.


눈에 띄어서는 아니 된다.


그 아이도 몰라야 한다.


사내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예, 마마.


잠시 뒤

사내의 그림자가 조용히 사라졌다.



그의 손이 서서히 쥐어졌다.


…연서는.


낮은 목소리였다.


잠시 후



그의 눈빛이 완전히 식어갔다.


…감히.


…연서에게 손을 대다니.


짧은 침묵.


…배후가 누구든.


…무엇이 이 일을 만든 것이든.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도성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도성 밖.

깊은 산 아래 숨겨진 장원.


검은 흑립을 눌러쓴 회주가

조용히 장원 안으로 들어섰다.


마당의 공기가

순간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검을 맞대고 있던 사내들까지

자연스레 움직임을 멈추었다.


조장이 급히 걸음을 옮겨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회주님을 뵙습니다.”


잠시 정적.


면사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떨어졌다.


서찰을 받았다. 말하여라.


조장이 고개를 깊이 숙였다.



그 여인을 납치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으나…


잠시 숨을 삼켰다.



…영대군이 나타났습니다.


짧은 침묵.


그 여인을 구해갔습니다.


조장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송구합니다.


잠시 공기가 멎었다.

면사 뒤의 시선이 조장을 향해 내려앉았다.



…그래서.


낮은 물음이었다.

조장이 대답했다.


영대군께서 그 자리에 나타나

저희를 제압하였습니다.


잠시 뒤

회주의 목소리가 다시 떨어졌다.


…대군이 다쳤느냐.


아니옵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면사 뒤에서 아주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세자와.


…영대군.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여인 하나라.


조장의 등이 조금 더 굽어졌다.

회주가 천천히 물었다.


…그 여인은.

…어느 가문의 여식이더냐.


조장이 대답했다.


현조판서의 외동딸.


허연서 아가씨이옵니다.


잠시 침묵.

면사 뒤의 시선이 가늘어졌다.


…현조판서라.


잠시 후

회주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그곳은 영대군이 글공부를 하러 간다 들었는데.


조장이 고개를 숙였다.


예.


잠시 정적.

그리고 회주가 천천히 말했다.


현조판서는.

“자신의 여식을 궁에 얽어 넣을 위인이 아니다.


잠시 숨이 고였다.


면사 뒤에서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이 더 쉬워졌구나.


장원의 공기가 조용히 흔들렸다.

회주의 목소리가 다시 낮게 떨어졌다.


세자와.


“영대군.



“그리고 여인 하나.


당돌한 계집이구나.”


잠시 멈추었다.


흥미롭군.


허연서를 잘 살펴라.


면사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내렸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니라.


회주의 목소리가 다시 떨어졌다.


…서신 한 통을 써 줄 터이니.

도성으로 가라.


잠시 후


정보살을 찾거라.


조장의 어깨가 미묘하게 굳었다.


정보살.

도성의 어둠 속에서 이름을 아는 자가 드문

기이한 무속인이었다.


잠시 정적.


그리고

회주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이 판.

생각보다 더 흥미로워 지겠구나.


장원의 밤공기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