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꿈마차 1
신비는 조용히
마음 항아리의 뚜껑을 엽니다.
그 안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습니다.
행복, 슬픔, 화남, 질투, 등
그리고 아직 전하지 못한 고백까지.
사람들의 마음에서 태어난 감정들이
작은 보석이 되어
항아리 안에서 은은한 빛을 냅니다.
보석들은 저마다 다른 색을 띠며
조용히 반짝입니다.
오늘 밤
신비는 어떤 보석을 선택하게 될까요.
신비는 잠시 보석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하나를 들어 올립니다.
지친 마음의 보석입니다.
은은한 회색빛을 띠는
조용하고 묵직한 보석입니다.
신비는 그 보석을
꿈마차의 연료함에 넣습니다.
보석이 닿는 순간
마차의 등불이 조용히 밝아집니다.
그리고
오늘 밤의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불빛들이 하나둘 잠들고
바람도 천천히 숨을 고릅니다.
낮 동안 분주하던 길도
이제는 고요한 밤에 잠겨 있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잠든 듯한 시간.
어둠 속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옵니다.
또각, 또각.
신비의 꿈마차입니다.
첫 번째 마음 정류장에서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비가 묻습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남자는 잠시 망설이다
마차에 올라탑니다.
마차 안에는 따뜻한 등불이 켜집니다.
“이 마차에서는
무엇이든 편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남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합니다.
“예전에는 낮 풍경만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밤 풍경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네요.
이대로
잠깐만 바깥을 바라보아도 되겠습니까.”
마차는
조용히 밤길을 달립니다.
남자는 천천히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참 좋았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고
나를 원하는 직장도 얻었고
열심히 일하며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의 간병과 생활을 책임져 왔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릅니다.
“사실 결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중
마흔 후반이라는 나이에 늦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이도 태어났습니다.
나를 닮아 미안한 딸 둘입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조용해집니다.
“저는 그저
열심히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투잡까지 하며 버텼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숨만 쉬어도
고정적으로 필요한 돈이 있습니다.
좋은 것도 해주고 싶고
여느 가정처럼 맛있는 식사도 함께 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자신이 점점 초라해집니다.”
마차 안은 조용합니다.
남자는 계속 말합니다.
“요즘 회사는
능력 있는 사람에게 높은 급여를 주기보다는
적은 돈으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합니다.
곧
퇴직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입니다.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는 이미 지쳐 쓰러져 잠들어 있습니다.
집 안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우당탕탕 남긴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남자는 잠시 웃습니다.
“저는 아내가 깨지 않게 조용히 집을 정리합니다.
장난감을 치우고 엎질러진 것들을 닦고 조용히 집을 정리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춥니다.
“그리고 잠든 아이를 확인합니다.
그 순간
지쳤던 얼굴에 잠깐 미소가 떠오릅니다.”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낮아집니다.
“그리고 잠든 아내를 바라봅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생각합니다.
이 여자가 나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참 예쁜 사람으로 살았을 텐데.”
남자는 조용히 말을 이어갑니다.
“매달 부모님께 드리던 용돈을
아내는 단 한 번도 싫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 아껴 살아야지!
라고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고 경제적인 걱정까지 겹치면서 아내가 많이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참으로 예쁜 사람이었는데
나를 만나 조금씩 시들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깊은 한숨 뒤
남자는 조용히 말합니다.
“열심히만 살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버겁습니다.
웃음도점점 말라갑니다.”
“회사에서 퇴직하라고 하면
저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요.
이 나이에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저는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신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마차의 등불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그리고 신비가 말합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을 돌보았고
가정을 지켰고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 살아온 사람입니다.”
마차는 별빛이 흐르는 밤길을 천천히 달립니다.
신비가 조용히 말합니다.
“사람들은
가장이라는 자리가 늘 혼자
버티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신비는 고개를 천천히 저어 보입니다.
남자는 조용히 듣고 있습니다.
신비가 말을 이어갑니다.
“가장은
앞에서 걷는 사람입니다.
가족들은
그 뒤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앞에 있는 사람은 늘 무겁게 느껴집니다.”
마차의 등불이 조용히 흔들립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아내도
아이도
당신과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습니다.”
“가장은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가장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사람입니다.”
남자는
잠시 눈을 감습니다.
“이상하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쉽니다.
“지금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남자는
작게 말합니다.
신비는
마차의 속도를 조금 더 늦춥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더 부드럽게 밤길을 지나갑니다.
남자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신비는
마차 안에서 작은 담요를 꺼냅니다.
그리고
잠든 남자의 어깨 위에 조용히 덮어 줍니다.
마차는
별빛이 흐르는 밤길을 천천히 달립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고요한 밤을 지나갑니다.
신비는
잠든 남자를 바라보며 작게 말합니다.
고생 많았습니다.
오늘 밤은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꿈마차는 그의 밤을 지키듯
조용히 밤길을 달립니다.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을 태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