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마음의 보석

달리는 꿈마차 2

by 신비

아직도 밤이 조금 쌀쌀합니다.
고요한 밤공기가 천천히 내려앉은 시간입니다.


신비는 따뜻한 코코아를 한 잔 마십니다.
그리고 오늘도 마음 항아리 앞에 섭니다.

밤은 조용합니다.

마차 창문 위로 달빛이 은은하게 내려앉고
항아리 속 보석들은 숨을 쉬듯 가만히 빛을 머금고 있습니다.

신비는 잠시 항아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넣습니다.

오늘 선택된 보석은
기다리는 마음의 보석입니다.
그 보석은 한 가지 색이 아니었습니다.

은은한 회보라빛 속에

연한 파란빛이 스며 있고
그 사이로 작은 금빛이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오래 기다린 마음처럼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걱정스럽고
그래도 아직 사랑을 놓지 않은 빛이었습니다.

신비는 그 보석을 연료함에 넣습니다.

마차의 등불이 따뜻하게 밝혀집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고요한 밤길을 두드립니다.

꿈마차는
마음 정류소를 향해 천천히 달립니다.

정류장에는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신비가 말합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여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차에 올라탑니다.
마차 안에는 따뜻한 등불이 켜집니다.

신비가 부드럽게 말합니다.

꿈마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여기에서는
아무 말이나 하셔도 됩니다.

여자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냅니다.

요즘
아이 때문에 많이 지쳐 있습니다.

그녀는 작게 웃습니다.

사춘기가 없이 지나가는 줄 알고
감사했는데…

역시
늦게라도 오나 봅니다.

잠시 후
그녀가 말을 이어갑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오자마자 이야기하던 아이였습니다.

친구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오늘 점심이 어땠는지까지

재잘재잘
끝도 없이 이야기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와 대화가 많은 엄마라고
생각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말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요즘은
하루에 몇 마디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화 단절이라고 해야 할까요?

말을 걸어도
대답은 짧고
표정은 굳어 있습니다.

어느 날은
버릇없는 말도 합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기 시작합니다.

그럴 때면
이 아이가 내 자식이 맞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미워하기도 했고 나도 죽고 아이도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어떤 날은 화를 내어 보기도 하고
어떤 날은 그냥 기다려 보기도 합니다.

형편 안에서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다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부족했고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아이가 하고 싶다는 진로가 있어서 동생들이 있음에도 최선을 다해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3년이면
아직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집니다.

그런데 아이는 그것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망했다고 말합니다.

제가 아이의 시간을 망쳐버렸다고 합니다.

여자는 창밖을 바라봅니다.

좋은 집에서 태어났더라면
조금 더 좋은 환경이었더라면

아이의 삶이
지금보다 덜 힘들었을까요?

부모는 해 준 것보다
못해준 것만 가슴에 남습니다.

그래서 더 아픕니다.

언제까지 기다리면 될까요?

갱년기까지 겹쳐서인지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번 심장이 뜁니다.

이 지긋지긋한 사춘기도

정말 끝이 나기는 할까요?

마차 안이 조용해집니다.

또각, 또각.

신비가

천천히 말합니다.

지금


자녀는 성장통을 겪고 있고
엄마는 감정통을 겪고 있네요.


신비가 조용히 묻습니다.

우리 엄마
많이 힘들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여자의 어깨가 떨립니다.

그리고
참고 있던 눈물이 한꺼번에 쏟아집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펑펑 울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울다가 겨우 말을 꺼냅니다.


저는
우리 아이를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우리 아이도 많이 힘들겠죠.

처음 겪는 일인데…

서로 모진 말을 하고
서로 상처도 많이 받았겠죠.

그래도 저는
우리 아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또각, 또각.

신비가 부드럽게 말합니다.



엄마도 그랬던 시기가 있었죠.


다만

사람마다 성장통의 크기가 다릅니다.


갱년기 역시
큰 성장통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변하는 시기 이니까요.



사춘기이니 예민할 때니
무조건 이해하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하지만

교육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어떤 날은 기다리는 것이 맞고
어떤 날은 말을 해야 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맞춰 줄 수는 없습니다.

더 해 준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잠시 후
신비가 말합니다.


엄마는 지금 최고의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신비가 조용히 말합니다.



우리 엄마도
눈을 감고 엄마를 떠올려 보세요.



여자는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목이 메인 목소리로 작게 부릅니다.

…엄마.

신비가 말합니다.


엄마는
그런 사람입니다.

태어나서
제일 많이 부르는 이름입니다.

잠시 후
신비가 말합니다.


하지만
기다리려면 엄마가 지치지 않아야 합니다.


엄마 마음도 소중합니다.


여자는
한참 창밖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습니다.


오늘은…

잠시 말을 멈춥니다.


오늘은 얼굴에 열이 덜 오르고
심장이 조금 고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늘은
오랜만에 엄마도 조금 쉬어 보겠습니다.

신비가 부드럽게 말합니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합니다.

어느 순간 아이는
더 사랑스러운 아이로
또는 조금 더 의젓한 아이로

엄마 곁에
돌아와 있을 테니까요.


신비는 낮게 웃으며 농담처럼 말합니다.


엄마도 엄마를

돌보세요.

아파도
내일 또
전쟁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나중에 아이가 자라

엄마가 되는 날이 오면

늘 조용히 기다려 주던 엄마를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게 되겠지요.


늘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우리는 종종 너무 늦게 알게 됩니다.

자식이 그 마음을 알게 될 즈음에는

늘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도

이미 많이 흘러가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내 아이가 자라 조금 더 따뜻한 엄마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엄마의 기다림은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여자는

조용히 웃습니다.


“마주님.”


그녀는

작은 손가락 하트를 날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소리 없이 웃습니다.


순수한 마음에 아직도 소녀 같은 그녀입니다.


신비는 소리 없이 웃으며

꿈마차를 몰아 조용히 밤길을 달립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꿈마차는

고요한 밤길을 천천히 달립니다.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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