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연분 16
노파는 가만히 연서를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잠깐 설명하기 어려운 빛이 스쳤다.
잠시 후
노파의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연서의 손등 위로
그 손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차가운 손이었다.
노파의 눈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
아주 낮은 숨이 흘러나왔다.
단이가 옆에서 고개를 갸웃했다.
“무엇이옵니까?”
노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연서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노파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연서가 조용히 대답했다.
“예.”
노파의 시선이 연서를 깊이 살폈다.
그리고 느릿하게 말했다.
연서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노파의 말이 이어졌다.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 사랑이
꽃이 될지.”
“…피가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구나.”
단이가 놀란 얼굴로 노파를 바라보았다.
노파는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연서를 바라보며 말했다.
“운명이라는 것은 말이다.”
잠시 침묵.
“…억지로 바꾸려 들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는 법이란다.”
연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노파의 눈이 아주 잠깐 가라앉았다.
“…한 번 흐트러진 운명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게 되지.”
그리고
아주 조용히 덧붙였다.
“…그러니.”
“…운명을 거스르려 하지 말거라.”
노파는
한동안 연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아주 희미하게 연민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저잣거리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울렸다.
노파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은
여기까지면 되었구나.”
“길이 겹치면… 다시 보게 될 것이야.”
연서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노파는 이미 사람들 사이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붉은 옷자락이
저잣거리 인파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연서는 한동안 그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조여 오는 것 같았다.
그 시각.
도성 밖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큰 장원.
밤이 내려앉은 장원 안에는
등불 몇 개만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장원 깊숙한 처소.
문이 열렸다.
조장이 먼저 들어와 무릎을 꿇었다.
그 뒤로
한 여인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긴 머리칼이
검은 물결처럼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
정보살이었다.
그녀가 방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등불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
잠시 침묵.
마루 위에 앉아 있던 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회주였다.
정보살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정보살의 부채가 천천히 펼쳐졌다.
촤아악—
종이부채가 펼쳐지는 소리가
고요한 방 안을 가볍게 갈랐다.
정보살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조장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정보살의 말이 이어졌다.
잠시 침묵.
등불이 조용히 흔들렸다.
정보살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피.”
잠시 정적.
그리고
“…피.”
잠시 더 깊은 침묵.
그 말이 떨어지자
방 안 공기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회주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정보살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시 침묵.
부채 끝이 천천히 흔들렸다.
잠시 정적.
회주의 음성이 낮게 떨어졌다.
정보살의 눈이 조용히 빛났다.
회주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침묵.
정보살의 입가에
아주 미묘한 웃음이 떠올랐다.
부채가
탁— 하고 접혔다.
그리고
정보살의 시선이 조장을 향했다.
잠시 침묵.
조장의 눈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정보살의 말이 조용히 이어졌다.
방 안 공기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정보살의 눈이 조장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
잠시 침묵.
그리고
정보살이 다시 회주를 바라보았다.
회주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정보살의 입술이 조용히 움직였다.
“…궁 안에.”
잠시 정적.
“신당을 하나 마련해 주시오.”
등불이 아주 미묘하게 흔들렸다.
정보살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방 안에는 잠시 아무 말도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보살의 입가에 아주 옅은 웃음이 번졌다.
잠시 침묵.
“…그 여인의 팔자가 이미 움직이고 있으니.”
등불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장원 깊은 밤이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