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보석

달리는 꿈마차 5

by 신비

고요한 밤공기가 천천히 내려앉은 시간입니다.


신비는 따뜻한 말차라떼를 한 모금 마십니다.

은은한 향이 조용한 밤공기 속에 퍼집니다.


오늘은
손끝에 연한 분홍빛 매니큐어를 발랐습니다.
괜히 기분이 좋은 밤입니다.


그리고 오늘도 마음 항아리 앞에 섭니다.
밤은 고요합니다.


마차 창문 위로 달빛이 부드럽게 내려앉고
항아리 속 보석들은 숨을 쉬듯 잔잔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신비는 잠시 그 보석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넣습니다.


오늘 선택된 보석은

맑고 따뜻한 빛을 내고 있습니다.


연한 연둣빛 속에

두 가지 빛이 함께 스며 있습니다.


하나는 조용히 번지는 따뜻한 금빛,
그리고 하나는 맑게 반짝이는 밝은 노란빛입니다.

서로 다른 온도의 설렘이 한데 어우러진 빛입니다.


오늘의 보석은 설렘의 보석입니다.


신비는 그 보석을 연료함에 넣습니다.

마차의 등불이 따뜻하게 밝혀집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고요한 밤길을 두드립니다.


꿈마차는

마음 정류소를 향해 천천히 달립니다.


정류장에는 한 청년이 서 있습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남자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여기에서는 어떤 말이든 하셔도 됩니다.


저 청소년기 때
엄마를 정말 많이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제대하고 나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직접 번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잠깐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막 계속 웃음이 나고요.


그래서 무엇을 살까?

무엇을 사드리면 좋을까?



잠시 숨을 고릅니다.



엄마가 너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저를 혼자 키우셨거든요.


마음고생도 정말 많으셨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꼭
선물 하나 제대로 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무엇을 사드리는 게 좋을까요?



신비는 웃으며 말합니다.



뿌듯하시죠? 무언가 처음으로 고생해서 받게 되는 첫 월급 얼마나 설레일까요?



잠시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저도 기쁘네요.



신비가 부드럽게 이어 말합니다.



근데 어머님이 진짜 좋아하시겠어요. 이렇게 엄마를 생각해주는 듬직한 아들이 있으니까요.



남자는 조금 머쓱하게 웃습니다.

신비가 조용히 묻습니다.



어떤 선물을 하고 싶으세요?



잘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신비가 잠시 바라보다가 말합니다.



그럼 어머님께서 즐겨 입으시는 옷 색은요?



..그냥.. 음..모르겠습니다.



, 그럼 어머님께서 바르시는 립스틱 색은요?



발랐던 것 같긴 한데 무슨 색인지는…



말을 잇지 못합니다.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음식은요?



아 그건 알 것 같습니다.



. 외식하러 가면 갈비를 좋아하세요. 치킨도 좋아하시고요.



신비가 조용히 묻습니다.



정말요?



남자는 말을 멈춥니다.



아… 그러고 보니, 다 제가 좋아하는 것만…

늘 같이 드셨네요.



작게 웃습니다.



저 참,

무심했네요.



저는 왜 엄마에 제일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엄마를 아는 게 이렇게나 없었던 걸까요.



잠시 말을 멈춥니다.



…저도 이제 엄마를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잠시 고요한 시간이 흐릅니다.


신비가 천천히 말을 꺼냅니다.



엄마는 그저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아들이 잘 먹으면 그걸로 충분히 맛있고

그냥 아들이 좋으면 행복하셨던 것 같습니다.


잠시 따뜻한 미소가 머뭅니다.



부모는 늘 바라보는 사람이고,

자식은 뒤늦게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는 선물을 고르기 전에

엄마에게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해보는 건 어떠세요?


조금 장난스럽게 말합니다.



그냥… 엄마, 꼭 중요한 일이 있어. 시간 좀 내줘.



이렇게 약속을 잡고

여사님. 오늘 데이트에 임하시겠습니까?


작게 웃습니다.


그렇게 말해보세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맛있는 맛집의 음식도 드셔보시고요.



잠시 멈췄다가 조용히 이어 말합니다.



그때 엄마가 어떤 색 옷을 입으셨는지, 립스틱은 무슨 색을 바르셨는지 한번 천천히 봐보세요. 예쁘다고 표현도 해주시고요.



엄마가 정말 맛있게 드시는지, 시선은 어디에 머무는지 조용히 바라봐 주세요.



잠시 후 이제는



엄마가 아들만을 바라보던 시간을 아들이

엄마를 조금만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남자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작게 웃습니다.



오늘 엄마한테 데이트 신청하러 가겠습니다.



신비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말합니다.



그래도 첫 월급이니 데이트 나가셔서

직접 맛있는 것도 사드리고 기념 사진도 한 장 남겨보시고요.



마음 담은 소정의 용돈도 조심스럽게 건네보시는 건 어때요.?


신비는 작게 웃습니다.

청년도 따라 웃습니다.



금융치료군요. 접수했습니다.



둘 사이에

짧지만 따뜻한 웃음이 흐릅니다.


청년은

고개를 숙이며 말합니다.



고맙습니다, 마주님.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게요.



엄마는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아갑니다.



마차가 천천히 멈춥니다.

청년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 마차에서 내립니다.


신비는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 짓습니다.


손에는 아직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지만,


그의 발걸음은

이미 무언가를 가득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신비는 작게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오늘은 그래도

참 따뜻한 밤이네요.


잠시 후


모든 이들의 고민이 오늘만 같아라.




또각, 또각.


누군가는 상처를 안고 올라타고,

누군가는 따뜻한 마음을 안고 내려갑니다.


그리고 어떤 밤에는

누군가가 비로소 깨닫습니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옆에 있었던 사람을

조금 늦게 알아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금 있는 이 시간이 언젠가 그리워질 거라는 걸.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을 태우고

각자의 속도에 맞춰 오늘도 조용히 달립니다.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을 태웁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