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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린 Apr 22. 2022

내 삶은 내게만 오래 기억된다

자가실험 첫 번째 시리즈


내 삶은 내게만 오래 기억된다.

어디선가 봤던 글이었다. 삶은 내게만 오래 기억된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정말 내가 내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는다면, 대체 누가 나를 오랫동안 기억해줄까. 내가 위인전에 남을 만한 대단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아니니까. 결국 나는 내 자신을 가장 중요히 생각하고,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들, 나이와 시기에 따라 찾아오는 생각들을 기록하기로 시작했다.

 

내가 과거에서 현재로 내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어떤 생각을 제일 아끼며 여기까지 데려왔는지, 어떤 습관들을 과거에 버리고 왔는지. 나를 다시 확립하는 것의 중요성을 새기기 위해, 나는 오늘 나 자신에 대한 얘기들을 써보려고 한다.

 


관계에 대한 나의 인생관


어릴 적 나는 심보가 뒤틀렸던 못된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중학생 때까지, 나는 가끔 내가 잘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가끔 미워했다. 일 학년 때, 한 친구와 오래 다니지 못하고 이리저리 옮겨서 다녔던 기억이 있다. 현재는 원만한 인간관계들을 유지하는 편이지만. 십 대의 유치한 인간관계 다툼 같은 것들. 화장실은 같이 가야 하고, 무리는 무조건 짝수여야 하며, 소외감이 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관심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그게 중학교 1학년 때의 나였다. 그러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조바심이 정말 부질이 없다는 것을 점점 알게 됐다. 그 뒤로, 나의 학생 시절은 인간관계에 의연한 태도를 취했던 기억밖에 없다.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어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간관계? 별 거 있냐. 지금 마음 맞는 사람만 있으면 됐지.” 하며 살아갔다.


그러나 작년 새내기 생활을 거치며, 관계에 대한 나의 가치관은 큰 변화를 맞이했다. 한창 새내기 햇병아리 시절, 개강을 맞이하여 일회성 만남이 잦았고 작은 인연에도 정이 쉽게 드는 나는 버티기가 조금 어려웠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나를 훑고 가는 것들이 너무나도 빠르고 많아서, 내가 뒤로 자빠질까 두려운 마음이 컸다. 이 많고 불필요한 관계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혼자 전전긍긍하며 지냈다. 그러다가 점차 익숙해진 일회성 관계들. 한 번 보고 말 사람들. “그저 그 시간만 재밌으면 됐지”하며 점차 의연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내 선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프레임을 씌우고 규정짓는 것, 내가 그어놓은 선을 넘나들고 갑작스럽게 삶에 개입하려는 행동들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렇게 괴로운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나도 누군가가 정해놓은 선을 넘나드는 민폐 거리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고 난 후, 점점 말을 아끼게 되고 혼자 생각에 빠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허망이 찾아올 뿐이었다. 나는 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더러운 것들을 지나치게 혐오하고 신경을 쓰느라 그것들을 정화하는 것에 장애가 오고, 삶을 아름답게 보낼 줄 알면서 자꾸 분노로 나를 밀어 넣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신경 쓰지 않도록 했다.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 살기로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관계에 대한 욕심. 이 사람과 더 깊어지고 싶지만, 내가 하는 말과 행동들이 상대방이 그어놓은 선을 넘나드는 행위일까 머뭇거리게 되고, 나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움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에 시답잖은 농담들로 나를 소비하며 귀가 후에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고 후회를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그 저마다 마음의 무게가 달라서 모두들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한 것일까. 나는 이 사람이 너무 좋아서 더 알아가고 싶고 곁에 있고 싶은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상대방과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어 관심을 표하면 상대가 그어놓은 선을 넘나드는 행위일 수 있다는 가능성. 이것들을 생각하며 한없이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은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사람이기에 연대한다. 각자 다른 세계가 만나 정서적 교류를 통하여 서로의 세계를 확장한다. 나의 우주를 넓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전엔 전혀 경험할 수 없던 정반대의 세계에 발을 담그며, 그것에 이질감을 느낄 때가 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나는 그 다름을 무의식적으로 틀린다고 의식한다. 나는 그 다름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오만하게 나의 잣대로 상대를 평가한다.

 

내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나 조차도 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당장 나를 끊어내고 싶은 사람이 있을 테고, 내게 원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테니까.


우리는 서로를 평생 이해하지 못할 거다. 인간이기에 달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관계에서 피어오르는 무수한 감정들. 미워하고 속죄하고 위로받고 사랑하고. 그것들을 무한대처럼 영원히 반복한다.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너희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심판받을 것이다. 너는 어찌하여 다른 사람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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