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토, 인공 동굴에서 쉬었다 가기

by 이은주

마을에 간판이 없는 카페가 문을 연 후 손자의 손을 잡고 지나칠 때마다 언젠가는.. 하고 마음먹었었다. 오늘 나는 지쳐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를 것처럼 관자놀이가 뛰었다.
7월부터 아흔에 가까운 뮤즈의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였는데 오늘 뮤즈를 모시고 신경정신과에 다녀왔다.

꿈에 자주 조상들이 보이고 안 좋은 꿈을 꾸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밤새 아이들이 마구 춤을 추고.. 꿈 생각에 소름이 끼쳐.. 내 마음이 우울해 라고 첫 만남 때 말씀하셨다.

신경정신과 선생님은 양손 마비인 뮤즈의 주치의이기도 하다. 뮤즈에게 걸어보아라, 손을 그렇게 자주 떠느냐 보시더니 더 큰 병원 신경과에 가서 파킨슨병 검사를 받아보라고 조언하셨다. 우린 우울증 약 처방만 받고 다음 내원 일을 예약했다.
어제는 건강검진으로 반나절을 병원에서 보냈고 내일은 양손 마비인 뮤즈를 모시고 아침부터 병원에 가야 한다.

그로토. 지하 계단을 내려간다.
간판이 없는 지하 동굴에 나를 숨기기 위해.
파킨슨 검사는 사실 자식이 모시고 가야 하는데.. 검사비 부족해서 가시기 싫다고 하시거나 가셔도 검사를 거부하실 텐데. 정신이 맑으셔서 지금도 장기요양 등급 외로 주 2회 마포구 바우처를 이용하실 뿐이신데.. 인지가 부족한 64살 아들과 55살 아들을 돌봐야 하는 뮤즈와 헤어져서도 계속 생각이 난다. 이제 태권도에서 돌아 올 손자의 돌봄으로 모드를 바꾸어야 해. 머리로는 알지만 쉽게 모드 전환은 불가능하지.
그로토. 인공동굴을 그로토라고 부르는군요. 손자가 태권도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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