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손자와 꿈동이 캠프에 가기 위해 잠시 돌봄을 내려놓는다. 한달 전부터 사회복지사와 상담해 두어서 양손마비인 뮤즈의 돌봄을 대체해주실 선생님은 배정되어 계시다. 문제는 뮤즈가 낯을 가린다는 것. 매일 했던 샤워를 거르신단다(뮤즈 당신은 양손이 불편해서 항상 뒷물을 하셔야하잖아요.. 라고 말할 뻔했으나 꿀꺽. 실례가 되니까).
그래 편지를 쓰자. 뮤즈의 방에 엎드려서 3시간 동안의 역사를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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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요 10시에 오면 냉장고 두유를 핑크컵에 따라드려요. 원하시면 토마토도 드립니다.
(밥이 있는지, 빨래가 있는지 체크 후 부족한 부분을 먼저 합니다)
목욕은 11시쯤 하세요. 간단한 샤워. 치카 먼저 하십니다.
점심수발은 무말랭이 반찬과 꽈리고추볶음 두 가지를 상에 올리고 식사 후 오메가3 약 2알 드셔요(오뎅볶음도 있네요).
저녁에 드실 약과 마그밀 2알은 파란컵 안에 세팅해 드립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방과 부엌 걸레질을 해드리지요. 그러고나면 대충 3시간 돌봄 일이 마무리됩니다. 쉬고 싶을 때는 잠시 쉬었다가 점심 준비해드릴게요 라고 말씀드리고 돌봄 시작할 때는 그날의 계획세우기를 하는데 앞의 모든 돌봄을 한번씩 대화로 나누는 정도지요. 오늘 밥부터 할까요? 하고.
뮤즈의 방에 편지를 두고 나오면서 내가 말한다.
다녀오겠습니다. 저 보고 싶으시면 '은주야~'하고 부르세요. 그럼 제가 멀리서 '예~' 할게요.
그러자 뮤즈가 웃는다. 어제 미용실에 모시고 가서 자른 컷이 잘 어울리시는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