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의 요양원

by 이은주

https://youtu.be/bo3O_yF2ycU

마을버스에 흔들리며 요양원으로 향하는 동안 창밖에 해바라기는 피지 않았어도 나는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밭을 필요로 했다.
내 품 안에서 사라져 간 영혼을 해바라기 속에서 찾고 싶었다. 해바라기 속 그 얼굴, 그 영혼이 나에게 미소 짓고 고개 흔들며 괜찮다, 괜찮다 속삭여주길 바랐다.

마을버스에서 해바라기를 그리던 내가 어느새 기억을 정산하고 있다.
나를, 나를 미워했던 요양보호사 선생님은 지금도 계실까. 내가 오고 나서 센터장과 사회복지사가 자주 올라와 간섭을 한다며 귀찮아했던 그 선생님 말이다.
애정을 갖고 해왔던 일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을 때 슬픔이 몰려와서 어깨를 들썩일 때 나를 안아주며 '왜 이 일을 택했니.' 하고 나보다 더 소녀처럼 안타까워하시던 사회복지사님은?
100세에 가까웠는데도 방석만 한 성경책을 침대에 두시고 읽으시던 , 병석의 아버지를 두고 시집 못 갔다던 효녀 심청이 뮤즈의 안부가 나는 궁금했다. 내가 야근하는 날이면 주무시다가 일어나셔서 널 기다렸었다고, 간식 고마웠다고 무대에 선 배우처럼 깊숙이 고개 숙여 인사해주시던 혈혈단신의 뮤즈를 만났을 때는 이제야 찾아뵌 것을 후회했다.
나를 알아보시는 줄 알고 기뻐하다가 제가 누구지요? 하고 여쭙자 '사람' 하고 답해서 웃음바다.
요양원이 멀리 이전을 한다고 한다. 차가 없으면 다닐 수 없는 곳으로. 그동안 정년을 훌쩍 넘겼던 간호조무사 선생님 대신 중년의 선생님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나보다 손위인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여린 듯 강하게 이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인사를 나누고 골목을 나서다가 어쩐지 시선이 느껴져서 뒤돌아보니 사회복지사님이 문가에 선 채 나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요양원이 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는 게 아닐까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나는 아주 중요한 순간을 나누고 온 것임이 분명했다. 마을 안에 요양원이 있어서 요양원 문을 나서면 바로 자신의 동네와 만날 수 있는 곳, 저녁시간에 자유가 있어서 10시까지 거실에서 티브이를 켜놓을 수 있는 곳. 사고무친의 뮤즈를 센터장이 엄마라고 부르면 예쁜 실내화를 사다 주는 곳. 또 의사인 자식은 있으나 너무 바빠서 자주 찾아뵐 수 없는 아들을 가진 뮤즈가 예쁜 실내화를 부러워하며 뾰로통해있다가도 그다음날이면 예쁜 새신을 신고 계시는 곳. 선배의 어머니께서 소변줄을 하고 오셨다가 일어나 걸어 나가셨던 기적의 순간을 함께 했던 곳. 힘든 노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요양원에 계신 자신의 노모에게 드리고 싶어서 아홉 분의 뮤즈에게 아이스크림을 돌리던 아들이 노래를 하고 돌아갔던 그곳이 마을에서 사라지는 순간. 요양원 전체가 시설 좋은 빌딩이지만, 시내와 뚝 떨어져 있어서 차가 없으면 닿을 수 없는 요양원으로 떠나야 할 뮤즈들이 해바라기가 되어 마을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내내 따라오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일하러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