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면 집으로 옮기던 발길이 옆길로 새나 봅니다. 저 또한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분식집에 주저앉아 김밥을 먹고 나서야 집에 가서 손자의 저녁밥을 지을 힘이 나니까요.
오늘은 3시간 돌봄을 마치고도 바로 나올 수가 없었어요.
양손 마비 뮤즈의 영감님께서 이틀 동안 안 들어오셨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제 드렸어야 할 업무보고가 생각났을 때 전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때문에 바우처와 재가 담당 복지사님과 동시에 톡으로 대화를 주고받았지요. 상상해보세요. 같은 사무실에서 두 선생님이 컴퓨터 카톡으로 각기 다른 건의 내용을 한 사람의 요양보호사와 열심히 업무 공유를 하는 모습을..
이럴 땐 복지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주말이 시작되고 있고, 오늘도 안 들어오실 경우 주말에 저의 뮤즈는 제가 오는 월요일까지 굶을지도 모르니까요. 대체 선생님이라도 부탁드려야 하니까.
#대화 1
샘, 이틀 집에 안 들어오셨고 첫날은 못 들어온다 전화 주셨는데 어젯밤은 전화조차 없으셨고 어르신께서는 어제저녁식사는 집에 있던 고구마를 드셨답니다.
오늘도 연락이 안 되셔요?
아니요, 또 술 드실까 모르지요. 우리가 하면 화낼 수 있고요.. 샘께서 집에 볼일 있어 들렸는데 무슨 일 있으신지 체크 바랍니다. 주말이잖아요.
걱정되어서요.
네.. 제가 한번 전화드려보겠습니다. 어제부터 할아버님이 연락 주신 건 없고요?
예. 그저께는 일이 있어서 못 들어오신다고 전화 주셨데요.
방금 통화를 했는데, 사고가 나서 입원하셨다고 하네요..;; 크게 다치신 건 아닌데 며칠 입원하셔야 한다고 해요.. 어르신께 전화하신다고 하셨어요.
그럼 아내가 걱정하실까 봐.. 병원이 어디래요?
전원 끊으셨어요..;; 일단 주말에 하실 분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대화 2
어제 말씀드린다는 게..
최 어르신 아들 두 분이 가끔 이웃과 술을 마시고 안 들어오는데 '엄마가 아파서 깁스하고 누워계신데 목요일.. 전화도 없이 안 들어왔다'며 속상해하셨어요. 다음에 복지사 샘께서 아드님 만나면 연락 없이 두 분 집에 안 들어오시면 진짜 이건 위험하다. 다음부턴 그러지 마시라. 꼭 첫째 아들이 아닌 늘 방에 누워 있는 넷째 아들에게 주의 주시겠어요? 넷째 아들이 조금 더 인지가 있으셔요.
어제는 덕재 씨와 외출을 했다.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서 동사무소에 갔는데 3년 전 주민등록증에 쓴 사진이라 안 된다고 했다고 그냥 오셨다. 다시 사진을 찍는다며 어머니께 만 원을 타서 나갔다가 사진관이 문을 닫았다며 그냥 돌아온다. 다시 나간다. 주민등록증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왕복 택시비 쓰고 동사무소 왔다 갔다. 아이고 결국 마포구청 옆 2층에 있는 사진관을 찾아 동행하고 돌아온 난 깁스를 하고 누워계신 여든일곱의 뮤즈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엄마 속 다 타서 돌아가시겠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데 위액 과다 분비인지 내 속도 타들어갈 듯 쓰리고 아팠다.
가을아! 잘 있다 가라. 사람들 집으로 가는 발길 흩트려 뜨리지 말고!
photo by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