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나의 삶은 가족을 이해하는데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스토옙스키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만하다는 구원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꼬리에 지우개가 달린 도마뱀처럼 생긴 것을 보았다'라는 단편을 쓰면서 나는 삶과 죽음 이전에 엄마와 가족들과의 정신적인 죽음을 경험하여야 했다.
올해 엄마와 가족들과 절연을 해야 할 것 같다. 시점은 정명이를 데려가는 시점으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물론 자신의 아이는 자신이 키우는 게 맞지만 조카딸의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연애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육아를 책임 지우려는 엄마의 전략이다.
그러나 이쪽은 더 이상 조카딸 가정을 왕래하며 정명이의 육아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
조카딸 본인이 아들이 경도인지장애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낙관하고 있으니까.
교육의 접점이 없다.
정명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12년 남았다.
정명이 인지능력은 일반 사설학원에서 학습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개인 레슨이어야 한다. 그래도 따라가기 어렵다. 지금 훈련하고 있는 개별 언어치료, 인지 치료, 미술 치료가 그것이다. 일상생활에도 잦은 개입이 필요하다. 성인이 된 조카딸처럼.
아이의 미래를 앞으로 커서 운전을 가르치겠다는 엄마 옆모습 보면서 아, 우리가 정신적인 이별을 해야 할 때가 왔구나 하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