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일이 있지

by 이은주

#프리스쿨

사람들이 모이면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는지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모이면 어떻게 마음이 따뜻해지는지 경험해본다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도 전하고 싶다.
그날 나를 기다리고 있던 눈동자는 이노우에 선생님의 프리스쿨에 다니는 제자들이었다. 그들의 눈동자는 현관에서 막 신을 벗고 들어선 한 외국인 여학생에게 향해있었다.
책장에 삐딱하게 기대앉은 친구도 있었고,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만화책에 열중하다 힐끔힐끔 보는 친구도 있었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그 자리가 불편한 친구도 있어 보였다. 그 중에서 제일 반갑게 인사하며 부엌에서 나온 친구는 밤이면 창문을 통해 날아올라 하늘을 날 것만 같은 스노우맨과 같은 친구였다. 반갑게 손님을 맞이한 그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던 모습은 장을 봐왔기 때문이라는 걸 나중에 알 수 있었다.
안내받은 내가 그들 곁에 앉자 이노우에 선생님은 나에게 자기소개를 권했다. 묘한 공기가 떠도는 그야말로 불량한 기운이 도는 실내에서 나는 연습해둔 자기소개를 했다. 자기소개를 하며 그들 한 명 한 명과 눈으로 대화를 시도했으나 그들은 대충 듣는둥 마는둥 그 자리에 다 모인 자체가 불가사의하다는 듯 각자 다 달랐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끝낸 내가 용기를 내어 한국가요를 부르기 시작할 때까지 그들은 내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결심이었으나 긴장한 나를 위해서라도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다. 반가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내가 한국노래를 한 곡 불러주겠다'
그리고는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가 나왔다.
이 곡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할일이 있고, 사랑을 하면서 살겠다는 내용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자 이노우에 선생님은 감격하며 자신도 언젠가는 한국어를 잘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영화 속 시인처럼 좋아하셨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마음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선생님과의 만남은 학교가 추구해야 할 방향을 몸으로 보여주는 분이라는 것. 닫힌 아이들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서 마침내 훨훨 자유롭게 날도록 가능성을 열어주는 분이라는 것. 과도한 경쟁사회가 나쁘지 너희들은 너희들 패이스로 달리면 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돌아온 하루였다.
그때도 나는 일본에서 계속 공부를 해야할지 말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단기간 체육 단위를 딸 수 있도록 신청한 가루이자와에서의 아이스하키 수업 준비물로 추리닝을 사야할지 청바지를 입은 채로 가야할지, 이런 싱거운 고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나왔나 등등 이십대가 할 수 있는 개인적인 걱정에서 타자에 대한 관심으로 막 이동하는 중이었다.
photo by jungm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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