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한 이노우에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손님처럼 대해주었다. 가끔 부탁을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 접시 좀 집어줄래?'
'고마워.' 정도의 부탁.
그날 내가 자기소개를 마치자 부엌에서는 일본 가정식 튀김이 준비되고 있었다. 스노우맨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큰 사람이었다. 스모선수가 아닐까 싶을 만큼 컸다. 그렇게 큰 사람의 몸짓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장바구니에서 꺼낸 야채를 씻고 곁에서는 이노우에 선생님이 묽은 밀가루 반죽에 얼음을 넣으며 이렇게 하면 튀김이 더 바삭하게 튀겨진다며 시범을 보이셨다.
부엌에서 새우를 비롯한 양파, 고구마, 버섯 같은 것들이 튀겨질 동안 학생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도와주지 않을까, 내 눈에는 이상해보였지만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워보였다. 아니..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다보니 가족공동체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몸짓언어가 퇴화되었다고 할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몰랐다. 공부를 하러 왔는데 선생님이 부엌에 들어가서 안 나오셨을 수도 있다.
아무튼 도쿄에 유학을 왔기는 했지만 일본 가정 내에서 집밥을 먹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나에게는 대단히 인상깊은 순간이었다.
이 점도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날 모여있던 친구들 중에는 등교거부, 왕따, 히키고모리 등의 수식이 따라다닐지라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던 친구가 이노우에 선생님의 지도를 받게 된 후 집에서 선생님의 학교까지 외출을 하게 되었다든지, 내팽겨쳤던 학업을 재계하여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든지, 아무 의욕도 없었지만 이노우에 선생님과의 테니스 시합에서는 승부욕을 보인다든지 조금씩 변화를 모색하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이다.
선생님의 제자들 중 성인이 되어 자립을 한 친구가 스노우맨이었고, 내게 이날의 만남을 갖게 한 문예과 친구가 이노우에 선생님의 프리스쿨 졸업생이었다.
이노우에 선생님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어쩌면 자신만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친구들에게 아버지로서 혹은 어머니로서 가르쳐야 할 자애로움을 몸으로 보여주셨고 그들은 그곳 프리스쿨에서 만화책을 보거나 뒹굴면서 긴장했던 영혼을 이완시키고 있었다. 마침내 상이 차려지고 튀김을 나누어 먹는데 고구마의 달달함이 양쪽 턱에까지 차오르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한 감정이 들었다. 이국 땅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기뻤고 누군가 차려준 음식에 감동했으며 사방으로 둘러쌓인 책을 바라보면서 우와, 무슨 책부터 빌려 읽지, 하며 고구마를 꿀꺽 삼켜버렸다.
photo by lamb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