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우에 선생님과 제자들의 한국여행

by 이은주

이노우에 선생님과 부모모임에서는 여름방학에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 일사천리로 비행기 예약이 완료되었고 한강 근처의 숙소도 잡았다. 엄마의 가게는 몰락해 갔지만, 나는 내가 사는 나라에 손님이 온다는 일에 들떠있었다. 20여 년을 산 서울에는 선후배가 있었다. 그들도 나의 친구들을 반겼다. 진표와 순준이는 어디선가 덜덜 거리는 차를 몰고 왔고, 할부로 산 엄마의 차도 동원되어 설악산을 향했다. 집과 프리스쿨 이외에는 좀처럼 나가지 않는 다츠오 군의 첫 해외여행이었고, 그런 아들과 동행한 우치다 상은 명동의 리어커에서 댄스에 필요한 양말 등을 쇼핑했다. 이노우에 선생님은 한국의 술, 막걸리에 감동했고, 끝없이 펼쳐진 논과 밭을 달리는 동안 유럽배낭 여행을 떠났던 지난날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 했다. 진표와 순준이에게도 나와 동행한 일본 친구들의 다양함은 자극을 주었다. 그들은 언젠가 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도쿄로 여행을 떠날지도 몰랐다. 서울 여행을 온 친구 중에는 나에게 이노우에 선생님을 소개시켜 준 w군도 있었다. 서울로 여행을 떠날 때까지 대화다운 대화라고는 나누지 않았던 w군이었다.
한국을 여행하고 온 후 w군이 재차 한국행 비행기표를 끊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배낭여행을 계획하자 프리스쿨이 들썩거렸다.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w군의 행보는 프리스쿨의 부모모임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w군이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대학 도서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궁금했다. 한국 여행이 어땠는지. 물론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w군을 위해 여행지에서 묵을 곳과 기차 시간 등의 안내를 돕기 위해 국제전화로 후배들에게 부탁은 해두었다.
“한국 여행은 어땠어?”
“음.. 뭐라고 할까..” 그가 먼 곳을 바라보며 다시 ‘음..’ 하고 말을 고르는 동안 나는 시계를 보았다. 도쿄에서의 생활은 늘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달려가야 했고,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빨리 코인 샤워를 하고 싶어서 전철역으로 뛰었다. 레포트라도 있는 주에는 그야말로 잠을 줄이고 원고지 앞에 새벽까지 앉아있어야 하니 가슴에 여유같은 건 하나도 남지 않았다. 나는 기다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에 잠긴 w군을 남겨두고 어딘가로 이동을 했을 것이다. 한참 만에 w군과 다시 학교에서 마주쳤을 때 그는 롯데 껌공장에서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했고,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졸업 후에는 한국에 유학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노우에 선생님은 기뻐했다. w군의 눈부신 성장에 감격한 눈치였다. 물론 부모모임에서도 w군은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w군은 아주 나중에 한국 유학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부산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내게 들려주었다.
“부산 지하철을 타고 있을 때였어. 역에 정차하자 문이 열리고 유치원 아이들이 와아, 하고 탔거든. 그러자 유치원 선생님들이 나에게 묻지도 않고 어린아이를 내 무릎에 들어서 앉히는 거야. 옆을 보니까 아줌마도, 아저씨도,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에도 아이들을 번쩍 번쩍 들어서 앉히는데 사람들이 모두 웃고 있었어.”
w군이 그 에피소드를 말해줄 때 내가 눈물이 났던가 안 났던가는 잊었지만, 그때 그가 전해준 체험은 나에게도 오랫동안 감동을 주었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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