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학교

by 이은주


코로나19로 1학기 동안 학교는 유령학교였다. 아이들이 없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뛰놀지 않는 학교. 문이 닫힌 학교.
2단계 거리두기가 시작되자 학원이 문을 닫았다.
직장에 다니던 엄마들은 학원이 문을 닫자 아이들을 어떻게 돌봐야할지 당황했다. 어른들에게 코로나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두려움 때문에 빈집에서 어른이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나날을 보냈다.

학교 긴급돌봄에서 오전을 보냈던 손자도 지쳐갔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코가 나왔다고 야단을 맞았다. 또래보다 큰 손자는 어린이용 마스크는 맞지 않는다. 어른용 마스크도 여성용은 귀 뒤가 빨갛게 자국이 날 때가 많다.
지금 이 글은 건강검진 받고 오는 길 위에서 쓴다.
나는 초등학교 삼학년 때 곤로에서 밥을 지어봤다.
운동장에서 1박2일 야영을 할 때였다. 선생님께 밥물 보는 법을 배웠다. 솥에서 뜸이 들기 시작할 때 솥뚜껑이 들썩이는 걸 신기해 했다.

학원에 가지 못하던 중 손자의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는데 친구의 3학년 형도 왔고, 혼자있기 심심해서 그냥 전화해봤다던 친구도 왔다. 4명의 아이들이 모이기 전 색종이에 핑크 도마는 양파, 회색 도마는 감자, 자주색 도마는 당근을 적어두었다. 오늘은 카레를 만들자고 제안하자 3학년 형은 카레에 고구마도 넣고 싶다고 해서 고구마도 넣기로 했다.

아이들은 카레 만들기에 도전하고 코로나에서 살아남기로 물뚜껑으로 감자, 당근,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깍뚝썰기를 한 후 각자 집으로 카레가 든 병을 들고 돌아갔다. 코로나로 삶이 자꾸 중심을 잃을 때마다 아이들을 초대해서 부엌에 서게 해야지. 삶고, 찌고, 다듬고, 볶는 동안 우리의 불안을 모두 부엌 바깥 세상으로 몰아낼 수 있도록. 그리고 일하는 엄마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저는 아이들과 놀 때 행복해요.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이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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