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자를 치유하는 미술치료사

무엇을 좋이하는지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어 나는.

by 이은주


"요리를 좋아하시나봐요?"
미술수업을 마친 정명이 상담 중에 미술치료 선생님의 질문을 받았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지난 1년 동안 정명이의 미술치료 선생님은 상담을 통해 나를 치유하고 계셨다.
관심과 공감으로 때로는 웃음으로 기운을 불어넣어 주신다.
그리고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 또한 성실하게 답하려고 노력한다. 처음에 선생님은 왜 정명이 그림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는걸까.. 생각하고는 했는데 아이를 지켜볼 뿐 지나친 판단은 삼가하셨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답한다.
"저녁이 되어서 어두운 부엌에 불을 켜면 마치 연극이 시작되는 것 같지 않으세요? 그리고 색깔, 부엌에는 색이 살아있잖아요. 커다란 고구마를 찌기 위해 어슷썰기를 하면 고구마의 붉은 껍질과 고구마 자체의 노란색이 정말 예쁘잖아요.."


미술 선생님은 눈을 빛내며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고개를 끄덕여주신다.

"그리고 고구마를 찌는 동안 그 위에 브로콜리도 올려서 여열로 익히는 거예요. 노랑, 빨강, 초록. 게다가 냄비 뚜껑을 열면 화아~하고 수증기, 수증기가 부엌 가득 퍼지며 신비한 기운을 퍼뜨리는 거예요. 따스한 힘이라고 할지. 저녁을 준비해서 정명이와 정명이 친구를 대접하면 아이들이 몹시 사랑스럽게 느껴져요."

"맞아요. 정명이 고모님(정확히는 고모할머니지만, 나는 할머니 호칭에 사회적 편견 내지는 약자의 이미지가 있어서 아동을 돌볼 때 발언권 제약이 있는 것으로 느껴져 유보하고 있다) 아이들을 대접하는 것이 곧 자신을 대접하는 것이고 자존감도 높아지지요."

정명이 그림을 앞에 두고 나는 감격한다.
"정명이가 오늘은 많은 활동을 했네요." 내가 말하자 자랑스럽다는듯이 선생님은 말씀하신다.

"그치요?"

"1년 전까지만 해도 선긋기에 그치고 색칠은 싫어했는데 정말 놀랍네요. 이 그림을 다 칠하도록 앉아있었다는 것도 그렇고요."

"그렇지요? 아직은 제가 정명아 여기도 조금 더 칠해야지? 하고 개입을 하기는 해도 완성도가 높아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고모님도 나가셔서 칭찬하실 때 그냥 잘 했다고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잘 한 부분을 말씀해주세요."

마침내 다음 수업을 알리는 노크 소리가 났고 우리는 마치 동료애로 뭉친 사람들처럼 시선을 교환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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