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증정본

by 이은주


손이 튼 엄마의 영양크림을 시장통 수입코너에서 만팔천 원을 주고 사왔다. 오는 길에는 만물상에도 들렸다. 어디 두었는지 두 개나 되던 귀이개를 찾지 못해 여러 날 귀가 가려운 채로 지냈던 엄마의 소라형 귀이개를 사고 이불가게에서는 노란색, 보라색 베갯잇을 골라 바꾸어 드렸다.

영양크림을 듬뿍 발라드린 엄마의 거친 손이 보드랍다. 아니 부드러워진 것 같다. 베란다 양지에서 햇볕에 반짝이는 양손을 바라보시며 따갑다 하신다. 따가워도 튼 손이 낫는 느낌이 드시는가보다. 여운이 있는 미소다. 반가운 미소. 가시 같은 말,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으실 때 당신은 모르시겠지만 딸은 아프다. 그 모습이 내 모습이라서,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저자용 책이 왔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울지 않았다. 대신 지치도록 시장통을 돌며 신나게 쇼핑을 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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