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좀 안아줄래? 추워.

by 이은주

"나 좀 안아줄래? 추워."

엄마가 아기처럼 몸을 말고 부탁했다. 돌봄을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백신 후유증으로 근육통을 앓고 있던 내가 타이레놀 두 알을 꿀꺽 삼키고 엄마가 누워있는 침대로 가 눕는다. 엄마의 등뒤로 가서 누구보다 긴 팔로 엄마의 어깨를 감싼다. 누구보다 긴 왼쪽 다리는 엄마의 골반을 감싼다. 태아처럼. 몇 달 사이 배만 올챙이 배처럼 볼록하고 팔다리 근육이 다 빠져버린 엄마.
누워서 엄마는 말한다.

"오래 앓지 말고 가야할 텐데.."

나는 내 체온을 나누며 슈퍼에서 사온 멍게를 엄마에게 몇 시쯤 간식으로 낼지, 만 원에 다섯 토막이었던 갈치는 두 토막은 튀기고 나머지 세 토막은 무를 숨벙숨벙 썰어서 붉은 고추, 푸른 고추와 파를 송송 썰어서 입맛 돌게 갈치조림을 해야지 마음 먹는다.

안아달라는 엄마..
서로 역할을 바꿔 몇 년 살아도 나쁘지는 않겠지. 아니 20여 년 동안 나는 그런 느낌으로 집안의 가장이었다.
봄옷 대신 안아달라는 주문만 바뀌었구나.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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